신한신탁, 자금 추가 조달 검토…차입한도 늘리며 유동성 확보 안간힘
입력 2024.08.16 07:00
    신한자산신탁, 하반기 자금조달 움직임
    5월 1000억원 영구채 발행 후 '또 한 번'
    금융권 신탁사, 지주 도움으로 자금조달
    차입한도 늘리며 유동성 위기 선제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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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한자산신탁이 지난 5월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데 이어 하반기 또 한 번 자금조달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책임준공형(이하 책준형) 사업장에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연달아 발생하는 등 리스크가 불거지며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신한자산신탁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지주 산하 신탁사(KB부동산신탁, 하나자산신탁, 우리자산신탁)들도 최근 차입금 한도를 신규 설정하거나 확대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모두 지주사 차원에서의 자금 지원이 가능한 곳들이라, 조달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란 평가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자산신탁은 3분기 중 조달 완료를 목표로 자금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기관 차입, 기업어음(CP) 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의 방식이 거론되며 아직 조달 방식을 확정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업계에서는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의 지원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한자산신탁이 하반기 한 차례 더 조달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구체적인 조달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고, 지주 차원에서 일부 지원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신한자산신탁은 지난 3월 신한금융지주로부터 1000억원을 차입한 데 이어 5월에는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전액 신한금융지주가 인수했다. 사실상 모회사로부터 2000억원을 지원받은 셈이다.

      6월 말에는 이사회를 통해 단기차입금 한도를 1000억원에서 4000억원까지 확대했다. 금융기관 차입 1500억원과 CP 1500억원 등 3000억원 가량 늘렸다. 유동성 관리를 위한 선제적 한도 설정 차원이란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 한 차례 더 자금을 조달하는 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자산신탁이 유동성 확보에 나선 데는 최근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휘말리는 등 '책준형 리스크' 때문이란 설명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인천 서구 원창동 물류센터 등 4곳의 사업장에서 약정 미이행에 따라 소송에 휘말렸는데, 이들 4건의 소송가액만 약 195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책준형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타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도 마찬가지다. 특히 2015년 책준형 상품을 처음 도입했던 KB부동산신탁의 경우 신탁사들 가운데 책준형 규모가 가장 크다. 올 1분기에도 영업손실 571억원을 기록해 신탁사 중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다.

      KB부동산신탁 역시 지주 차원에서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단기차입금 한도를 3400억원으로 확대한 데 이어 6월에는 설립 후 처음으로 17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 가운데 1500억원 가량을 KB금융지주가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KB부동산신탁 역시 하반기 중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우리자산신탁이 지난 3월 우리금융지주의 도움을 받아 2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하나자산신탁은 지난 7월 1000억원 규모의 금융기관 차입한도를 신규 설정했다. 아직 차입을 진행하진 않았지만, 선제적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현재 국내 신탁사 14곳의 신탁계정대 규모는 약 5조원 정도로 집계되는데, 신탁사들의 자본 규모는 2000억원에서 3000억원 수준"이라며 "신탁사가 감당해야 할 PF 리스크는 타 금융권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