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프로덕츠 매각-IMM PE 회수 성과 가를 삼성전자 P6 사업
입력 2024.08.20 07:00
    에어퍼스트 예상 P5 사업, 에어프로덕츠行 유력
    매각 추진 에어프로덕츠, P6 수주 가능성도 변수
    P6 수주에 IMM-블랙록 에어퍼스트 회수 갈릴 듯
    글로벌 시장 동향 상 P6 추진 불투명하다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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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산업용 가스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에 가스를 공급하느냐에 따라 실적과 기업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제1~4공장(P1~P4) 가스 공급은 에어프로덕츠, 린데, 에어퍼스트 등 주요 사업자가 나눠 수주해 왔다.

      평택 제5공장(P5)은 IMM PE의 에어퍼스트가 앞서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일찌감치 삼성전자의 사업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변 토지를 매입하는 등 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지금까지 에어퍼스트와의 사업 협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예상과 달리 에어퍼스트는 P5 가스 공급 사업을 따내지 못했다. 입찰에 참여하긴 했지만 에어프로덕츠코리아에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공급사가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는데 조만간 삼성전자와 에어프로덕츠코리아가 계약을 체결할 것이 유력하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P5 사업이 지연되면서 에어퍼스트의 경쟁사도 수주에 대비할 시간을 벌었고 결국 예상과 다른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에어프로덕츠는 최근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매각에 나섰다. 작년 이후 산업용 가스 등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인프라성 자산들이 각광 받은 면이 있다. 그보다는 P5 사업 수주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매각 예상 가격은 3조~5조원 사이로 범위가 넓다. 삼성전자의 P5 사업이 윤곽을 더 드러낼수록 몸값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방 위험이 크지 않은 사업인만큼 매출이 늘수록 거래 배수도 따라 오르는 경향이 나타난다.

      궁극적으로는 평택 제6공장(P6)의 수주 전망도 거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P6 부지는 P5 바로 옆에 있는 만큼 다음 P5 공급자가 사업을 확장하기에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느냐에 따라 원매자가 써낼 금액도 달라질 수 있다.

      에어퍼스트 역시 다음 수주전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야 한다.

      IMM PE는 작년 에어퍼스트 소수지분을 블랙록자산운용에 매각했다. 에어퍼스트는 P3~P4에서 나오거나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실적, P5 수주 가능성 등에 기반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IMM PE는 이를 바탕으로 출자자(LP)에 쏠쏠한 자금을 돌려줬고 5호 블라인드펀드 결성 작업도 탄력을 받았다.

      다만 올해 P5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시며 다소 무색한 상황이 됐다. P5 수주를 기정사실화하고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던 블랙록도 속내가 편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블랙록은 올해 들어 기존 인수금융 차환 가능성을 살폈으나 금융권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퍼스트 입장에선 삼성전자의 해외 사업 등 아직 기대할 만한 수주처가 남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P6 수주 여부다. 지금까지만해도 에어퍼스트의 사업은 안정적이다. 그러나 IMM PE와 블랙록 등의 회수까지 감안하면 추가 수주 실적을 앞당기는 것이 중요하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블랙록은 P3~P4는 물론 P5 사업 수주도 감안해 에어퍼스트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며 "예상과 달리 에어퍼스트가 P5를 놓침에 따라 블랙록은 첫 한국 대형 투자에서 톡톡한 수업료를 치르게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P6가 언제 가시화할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내 정세 변화가 심한 상황이라 삼성전자가 국내에 추가로 공장을 늘리려 할지부터 의문 부호가 붙어 있다. 삼성전자는 P5는 이제 터닦기를 진행한 정도고, P6 계획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언급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반도체 공장을 자국에 두라는 압박이 커졌고 투자 계획을 정하기도 어려워졌다"며 "일각에서 P5도 과잉이라는 지적이 있는 상황이라 P6에 들어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