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에어플러스 등 배당 수익원 계열 양보한 SK㈜
군살 빼기 쉽지 않아…결국 알짜자산까지 매각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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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SK스페셜티 매각을 고심하고 있다. 리밸런싱(사업 조정) 작업이 예상보다 쉽지 않은 가운데 좋은 가격을 끌어낼 수 있다면 알짜 자산도 내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벌써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사이에선 3조원 이상 눈높이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이 성사하면 SK㈜ 재무 부담은 한층 줄어들 거란 평이 많다. 그러나 한 번 알짜 자산을 내놓은 만큼 일찌감치 매물로 나온 자산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거란 우려도 나온다.
2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SK㈜는 대형 PEF 운용사들을 상대로 SK스페셜티 매각을 논의하고 있다. 회사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원매자들로부터 예상 매각가를 받아본 것으로 파악된다. 구체적인 매각 구조나 가격은 향후 협상에 따라 구체화할 전망이다.
잠재적으로 무산된 듯하던 SK스페셜티 매각 작업이 재개된 것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특수가스 회사인 SK스페셜티는 SK㈜ 100% 자회사로 SK하이닉스와 같은 핵심 계열사 성장 수혜를 고스란히 누릴 수 있는 알짜 자산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SK스페셜티의 주력은 삼불화질소(NF3)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NF3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내 세정 공정 등에 주로 사용되는 특수가스로, 가격이 톤당 2만5000달러 안팎에서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만큼 전방 수요에 맞춰 증설만 따라가면 안정적 성장이 담보된다. 현재 효성그룹에서 진행 중인 특수가스 매각과 마찬가지로 PEF 운용사들이 특히 선호할 인프라자산으로 분류된다.
PEF 운용사 한 관계자는 "매각가를 3조~4조원 위로 끌어올리면 SK㈜로 조 단위의 순현금이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단숨에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어 그룹이 연초부터 고민해온 카드"라며 "상반기 중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알짜 자산도 매각 대상이 되는 분위기다. 다행히 조 단위 거래 실적이 필요한 국내외 대형 PE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본격화한 계열 간 합병 작업 외 비주력사 매각 작업이 쉽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국내외 다수 자문사들이 SK그룹 일감을 받아 가기 시작했으나 적기에 마땅한 회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리하고 싶은 매물엔 시장 관심이 제한적이고, 그룹에서도 아쉬운 매물이라야 시장 관심을 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 SK스페셜티 매각 카드가 부상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이다.
연이은 합병 작업으로 SK㈜ 현금흐름에 대한 걱정도 크게 늘었다. SK㈜ 이사회는 지난달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및 SK에코플랜트에 대한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에센코어의 주식교환·현물출자 방안을 결의했다. 3사 역시 그간 SK㈜의 재무 부담을 완충해 준 알짜 계열사로 꼽힌다. SK㈜는 매년 이들 계열에서 3500억원 안팎 배당을 걷어왔는데, 시장에선 사실상 현금주머니를 취약한 계열사에 양보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합병 이후 SK㈜의 계열 지원 부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합병을 추진하며 재무적투자자(FI) 관리 부담이 배로 늘었다. SK에코플랜트 역시 에어플러스·에센코어를 품은 뒤 수년 내 상장(IPO) 작업을 마쳐야 한다. 각각 FI를 유치하며 맺은 계약을 일부 수정하고 있는 만큼 그룹이 부담할 잠재 비용은 오히려 늘어났다는 시각도 있다. 만약의 경우를 감안하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도 일찌감치 재무체력을 보강해야 할 거란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합병으로 계열 자금 사정에서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그게 추후 IPO까진 보장하지 못한다"라며 "FI 회수 문제가 불거질 때를 대비하자면 SK㈜가 계열을 지원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춰놔야 한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조건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SK㈜가 SK스페셜티를 통매각할 경우 단숨에 재무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NF3 사업 특성상 협상 과정에서 매각 구조가 복잡해질 가능성도 있다. SK그룹이 한 번 알짜 자산을 내놓고 나면 비주력 자산 매각을 통한 군살 빼기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NF3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온실가스로 지정된 환경규제 대상 품목이다. 이 때문에 현재 SK하이닉스 내부적으로도 일부 공정에서 탄소배출이 없는 불소(F2) 기반 대체 가스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작년 기준 SK스페셜티의 SK하이닉스향 매출 비중이 20% 안팎에 불과한 데다, 공정 대체 작업에 상당한 시일이 필요한 만큼 당장 사업 지속성에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통상적인 PE의 펀드 운용기한을 감안하면 회수 전략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자문시장 한 관계자는 "SK㈜ 재무 개선을 위한 목적이라면 통매각이 가장 효과적이겠지만, PE 입장에선 여러 안전장치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번 거래가 성사하고 나면 비주력 사업보다 SK그룹이 보유한 알짜 자산에 대한 시장 관심만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여전히 아쉬운 쪽은 SK그룹이란 분위기가 짙은 탓"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