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펌 "매각·인수자문보다 회계실사가 마음 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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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MG손해보험 매각 입찰이 또다시 유찰됐다. 매각·인수자문을 맡은 대형회계법인은 2년의 시간과 노력에도 불구, 또다시 실패의 고배를 마시게됐다. 이와중에 회계실사를 맡은 EY한영은 약 20억원 규모의 보수를 받으며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최근 진행한 MG손해보험 매각 입찰이 최종 유찰됐다. 지난달 3차 공개매각이 불발된 데 이어 네 번째 매각 무산이다. 이번 입찰에는 메리츠화재가 깜짝 인수 의사를 밝혀 업계 이목을 모으기도 했지만, 원매자들은 모두 예보가 정한 최저 인수가를 맞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예보는 향후 수의계약을 통한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거래에선 매각 측 회계실사를 맡은 EY한영이 숨은 수혜자로 꼽힌다. 매각주관사를 따낸 삼정KPMG이나 인수자문을 맡은 삼일PwC 등 재무자문사들은 딜이 성사되고나서야 보수의 대부분을 정산받는다. 회계실사는 투입한 시간만큼 보수를 받기 때문에 거래가 좀처럼 마무리되지 못하는 상황에선 회계실사로 얻는 고정적 이익이 낫다는 설명이다.
EY한영은 MG손보 매각을 위한 회계자문 용역에 두 번 선정되면서 20억원가량의 수수료를 챙길 것으로 추측된다. 앞서 예보가 공개한 MG손보 회계실사 등을 위한 자문용역 예산은 12억원에 달한다. 이론적으로는 1000억원 규모의 딜을 성사시켜 2% 성공보수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MG손보 매각전에선 회계실사를 맡은 EY한영이 득을 봤다"라며 "예산이 정해져있긴 하지만 시간당 비용으로 보수가 정산되기 때문에, 매각 과정이 길어지면서 이익을 본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MG손보 매각 실패를 비롯해 금융권 M&A 시장은 침체된 상태다. 지난해 KDB생명보험 매각이 중단된 데 이어 올해 롯데손해보험 매각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IRFRS17 도입으로 인한 자본확충 부담에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금융권 M&A 시장이 얼어붙은 모양새다.
이 와중에 매각·인수자문을 맡은 대형회계법인들의 한숨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매각·인수자문사는 보통 소액의 착수금만 받고, 거래가 성사되고나면 성공보수로 대부분의 수익을 올린다. 통상 거래 규모의 1~3% 정도를 성공보수로 받기 때문에 한 거래당 수십억원의 이윤이 남지만, 딜 클로징이 안되면 수개월간 인력과 시간만 허비하고도 빈손으로 끝날 수 있다.
경기침체 등으로 잠재적 매물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적합한 인수후보를 찾기란 더욱 어려워졌다. 강력한 전략적투자자(SI)인 금융지주는 대부분 금융 포트폴리오를 완성했고,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 인수 의향이 크지 않다.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하는 M&A가 늘어난다면, 회계실사가 '알짜'라는 이례적인 목소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통상적으로는 회계실사보다 재무자문의 성공보수가 훨씬 크기 때문에 재무자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M&A가 장기전이 된다면 재무자문에 드는 고생(?)보다 회계실사로 얻는 안정적 이윤이 득이라는 판단이다.
한 대형회계법인 관계자는 "여전히 매각·인수자문 대다수 파트너들의 최선호 업무지만, 거래가 장기화된 일부 사례에선 회계실사가 '숨겨진 승자(?)'라는 얘기도 나온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