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결정하더라도 산 넘어 산
국내 및 중국 금융당국 승인 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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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전 회장 친인척 불법대출 건으로 대주주적격 이슈가 불거진 가운데, 중국 정부의 입장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인수의지가 높지만 딜 종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25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막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일단 가격 측면에선 2조원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 중이다. 28일 이사회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우리금융이 이날 최종 인수 결정을 내릴지가 관심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다음주 초에 이사회가 잡혀있는 만큼 이 때 동양생명과 ABL생명 최종 인수 안건이 올라 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보험사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소유한 중국 다자보험그룹 측에서도 연내 보험사 매각을 마무리 한다는 입장이고, 실사 과정에서도 큰 걸림돌은 나오지 않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사가 연장되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큰 문제가 발생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관건은 대주주적격성 심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불법대출이 드러나면서 금융감독원은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다른 금융회사의 최대 주주가 되고자 할 경우 최근 1년간 기관 경고 조치 등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책임을 묻겠다”라고 강경 발언을 연일 쏟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제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우리금융지주가 해당 건으로 제재를 받을 경우 인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제재 절차까지는 상당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는 쪽이나 파는 쪽이나 거래 종결에 대한 리스크를 짊어져야 한다. 특히 매도자인 중국 다자보험그룹 측은 연내에 동양생명과 ABL생명 매각을 원한다는 점에서 우리금융 측에 거래 완결 여부에 대한 보장을 받고 싶어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다자보험그룹 측에서 계약금 이나 가격 측면에서 거래종결 위험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라며 “우리금융 측에서도 해당 리스크를 짊어져야 할지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현지에서 금융당국 승인이슈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다자보험그룹은 중국정부가 부실 문제가 불거진 중국 안방보험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다. 해당 매각이 성사 되기 위해선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중국 정부 입장에선 공적자금이 들어간 자산인 만큼 가격에도 민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조건에 양측이 합의하더라도 중국 내에서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질 경우, 중국 정부에서도 부담스런 상황에 놓이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주주적격 승인 이슈보다 오히려 중국 내 ‘헐값 매각’ 논란으로 딜이 무산될 가능성이 클 수 있다”라며 “국내 여론뿐 아니라 중국 내 여론도 딜 클로징 막판까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