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실적 발표 앞두고 반도체업종 경계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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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통화정책 기조전환(피벗)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코스피가 상승 출발했으나, 장중 반락하며 2700선 아래로 밀려났다.
원·달러환율 하락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됐고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두고 반도체주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가 지지부진했던 것이 배경으로 풀이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대비 3.68(0.14%) 하락한 2698.01으로 장을 마감했다. 장 초반 전 거래일 대비 15.19(0.56%) 오른 2716.88으로 상승출발했으나, 이후 약세로 전환, 외국인투자자의 매도세로 2700선을 하회했다. 개인은 974억원, 기관은 4002억원 각각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4671억원 순매도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시인한데다, 고용 지표 추이에 따라 빅 컷(50bp 인하) 가능성도 열어두며 미국 증시는 급등했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도 훈풍이 부는 것처럼 보였으나, 시가총액 상위 기업인 반도체 업종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코스피가 하락 전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금일 주가가 각각 2.6%(1600원), 3.18%(5900원) 떨어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둔 데 따른 경계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클 수도 있다고 생각해 경계심리도 확대되는 양상이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반도체 업종이 지난 주말 강한 반등세를 보였지만 목요일까지 그보다 더 큰 폭의 하락이 있었다"라며 "낙폭을 만회하는 수준의 반등이 있긴 했지만, 고점을 넘진 못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 주간 수익률은 -3.12%, -7.11%로 삼성전자는 미국 마이크론보다 양호했고, SK하이닉스는 비슷한 주가 수준이었다"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며 환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된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1350원선을 하향이탈한 지난 19일 이후 외국인 투자자자들은 반도체 업종을 4120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어 상사, 자본재, 기계, 건설, 화장품 등을 대량 매도했는데, 이들 종목은 연초 이후 외국인이 순매수한 대표 업종이다. 원화 강세가 단기간에 빠르게 전개되면서 환차익 실현 욕구가 커졌다는 관측이다.
그나마 지수가 버티며 약보합세를 보인 건 이차전지주의 약진 덕분이었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은 전일 대비 5% 넘게 상승하며 지난달 12일 이후 한 달 보름만에 37만원선을 회복했다. 삼성SDI,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동종 업계 대표주들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인천 송도 아파트 화재 사태 이후 '전기차 포비아'가 심해지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이 배경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여당은 25일 고위 협의회를 열고 전기차 배터리 정보공개 의무화와 지하 주차시설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등 전기차 관련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오는 28일(현지시간)엔 국내외 증시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엔비디아 실적이 발표된다. AI가 주도주로서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국내 전반적인 반도체 업종을 둘러싼 피크아웃(고점 뒤 하락)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특히 외국인들이 이차전지주 매수로 코스피 지수를 지탱하며,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익스포저를 줄이려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잭슨홀의 인하 전망은 지수에 선반영 돼있었고, 지금부터는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두고 경계감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