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28일 차기착 '호연' 출시로 실적 반등 노려…주가 향방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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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개혁'의 성패가 국민연금의 결정에 따라 갈리게 됐다. 최근 주주총회를 통과한 물적분할 안건의 최종 성사 여부가 국민연금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에 달렸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주가 추이에 따라 다소 '기계적'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되는만큼, 매수청구권 행사 기간 내 엔씨소프트의 주가 여부가 최우선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장 28일 공개한 신작 '호연'의 흥행여부가 관건이라는 평가다.
국민연금은 지난 14일 개최된 엔씨소프트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 안건에 대해 '기권' 의사를 표시했다. 해당 안건은 엔씨소프트가 게임 QA(품질보증)부문과 비게임 소프트웨어 부문(IDS)을 각각 별도의 자회사로 분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취임한 박병무 신임 대표이사가 추진 중인 엔씨소프트 개혁 정책의 일환이다. 국민연금의 기권에도 불구, 해당 안건은 주총에서 찬성률 86%로 통과됐다.
국민연금은 물적분할안 기권 사유로 주식매수청구권 확보를 들었다. 주총 당일인 14일까지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주식매수청구가인 19만3636원을 크게 밑돌았다. 주가 회복이 더뎠던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해두는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 의결권 자문사 관계자는 "기업가치 훼손 등 여타 부가적인 내역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데다, 매수청구권 확보 과정에서 '반대'가 아닌 '기권'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주가가 매수청구가를 밑돈 데 따른 '기계적 기권'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지 여부가 관심사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은 6.3%로 주식매수청구가에 전부 처분한다고 가정할 경우 규모가 2700억원에 이른다. 보유 지분의 1%정도만 주식매수청구한다고 하더라도 엔씨소프트는 400억원 이상 부담해야 한다. 엔씨소프트가 설정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한도인 13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엔씨소프트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한도를 초과하면, 이사회 결의를 통해 물적분할 결정을 철회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이 조금이라도 매수청구에 나선다면 물적분할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업계의 시선은 엔씨소프트의 차기작이자 흥행작 '블레이드 앤 소울'의 IP(지적재산권)를 계승한 '호연'에 집중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최근 신작 게임들의 연이은 흥행부진을 이겨내고 새로운 흥행작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이를 통해 주가 반등을 이뤄낼지가 관건이다.
호연은 28일에 정식 출시됐다. 주가는 다소 보수적으로 반응했다. 전날인 27일 오전 신작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반짝 급등했다가,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보합세로 되돌아왔고, 28일 당일에도 장 초반 반짝 상승했다가 결국 2.55% 하락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호연'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해 엔씨소프트 주가가 하락하는 추세가 계속된다면, 국민연금이 지분 일부를 현금화하고자 하는 유인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23년 출시된 '쓰론 앤 리버티'는 앤씨소프트가 10년간 준비한 대작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출시 직후 동시접속자가 급격히 감소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쓰론 앤 리버티 실패 이후 20만원선 아래로 떨어진 엔씨소프트 주가는 이달 초 15만원대까지 밀렸다가, '호연' 공개를 앞두고 19만원선까지 회복세를 보인 바 있다.
'호연'의 중장기 흥행여부에 대한 게임업계의 시각은 크게 엇갈린다. 글로벌 모바일 게임 매출 1위인 중국의 '원신'과 비슷한 그래픽에 기존 리니지 시리즈와는 다른 게임성을 갖춘만큼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줄 거라는 낙관론과, '원신'과 비교해 딱히 차별성이 없는데다 결국 나중엔 유저들의 '고혈'을 짜내는 과격한 수익 창출 구조(BM)를 도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맞부딪치고 있다.
엔씨소프트에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종료일은 오는 9월 3일로 예정돼있다. 호연 출시 후 일주일동안 엔씨소프트 주가가 호조를 보여 20만원선을 돌파한다면 국민연금의 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다. 반면 기대 이하의 초기 지표로 인해 실망 매물이 쏟아진다면, 국민연금 역시 매수청구권 행사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거란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대주주(지분 1% 이상 보유)이므로 매수청구권 행사시 양도소득세를 부담해야 하고, 아직 시가총액 기준 국내 '탑3' 게임사라 일정 지분은 확보해둬야 한다는 점에서 쉽게 움직일 수는 없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호연의 초기 지표가 실망스러워 주가가 다시금 18만원 이하로 떨어진다면 국민연금에서도 일부 매수청구권 행사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