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경영진 비리 의혹에서 시작했지만
임종룡 회장 등 현 경영진 책임 문제로 커져
검찰까지 나서며 정치권 이슈로 비화 가능성도
임 회장 대국민 사과 나섰지만
사건 어디로 튈지 여전히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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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그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장이 경영진 책임론을 제기한 가운데 검찰까지 전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금융권의 관심은 해당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다.
검찰까지 나선 상황이다 보니 우리금융 전임 회장 관련 비리 정도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수사를 진행하다 보면 현 경영진 책임뿐 아니라 과거 사례처럼 정치권 이슈로도 비화할 수 있다는 예상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지난 28일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부당 대출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임 회장은 “국민 여러분과 고객들에게 큰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한다”라며 “조사 혹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저와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하게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긴급임원회의를 열고 “기존 관행과 행태를 환골탈태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낸 지 불과 2주만에 임 회장은 또다시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이다. 그 정도로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말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불법대출 사건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처음 사건이 불거질 당시만 하더라도 전임 회장과 관련한 비리 의혹 정도로 시작이 되었다. 우리금융이 해당 사실을 알고도 ‘미보고’ 한 점에 대해서도 현 경영진까지 책임을 묻기는 힘들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우리금융에서 횡령, 파생상품 손실 등 여러 사건사고 중 하나로 인식되었다. 일각에선 또다시 우리금융의 구태인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간의 자리싸움의 일환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이 잇단 강경발언 나서면서 해당 사태를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25일 한 방송에 나와서 현 지주 회장과 행장이 해당 사안을 인지하고도 제때 보고하지 않은 사실을 들어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감원장이 아직 제재가 진행되지 않은 사안을 방송에서 언급한 것을 두고 굉장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22일부터는 금감원은 우리은행에 대한 추가적인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현 경영진 책임론을 제기한 이상 금감원에서도 우리은행 검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수사에 본격 돌입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김수홍 부장검사)는 27일 우리은행 본점과 강남구 선릉금융센터 등 사무실 8곳과 관련자 주거지 4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등이 대출금을 용도에 맞지 않게 유용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의 행보를 두고 단순하게 손 전 회장 친인척 비리 의혹 정도로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아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까지 드러난 것을 법적으로만 따져보면 크게 봐야 손 전 회장을 비롯한 전 경영진의 배임 정도가 문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로펌 관계자는 “손 전 회장 친인척 대출 건으로 법적으로 현 경영진에 책임을 묻기 힘들다”라며 “대출이 일어난 시점에서 경영진의 배임 정도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불법대출’은 우리금융과 관련한 수사의 시작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나 금감원과 검찰이 공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당대출과 관련해서 사건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은 영장없이 계좌 등 자금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고, 검찰은 이미 관련자들의 휴대폰 등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했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가 다시금 언급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12년 검찰은 하나캐피탈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당시 퇴임한 김승유 전 회장이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하나캐피탈이 참여하는데 개입했다는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미래저축은행장의 정치권 로비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당 사건은 저축은행 전방위 로비사건 및 대선자금 수사로 이어진 바 있다.
이번 건도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한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현재까지 드러난 바가 없고, 부당대출 건을 살피다 보면 다른 문제 있는 대출이 드러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 검찰은 현재 ‘박영수 특검 50억 클럽’과 관련해 박영수 전 특검이 우리은행 사외이사회 의장이던 시절 대장동 프로젝트에 여신의향서를 제출한 건을 두고 우리은행의 전 부행장을 소환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다른 로펌 관계자도 “우리은행 경영진들도 검찰까지 수사에 나서면서 해당 사안이 어디로 불똥이 튈지가 제일 걱정하는 부분일 것이다”라며 “이 때문에 사건의 진행사항을 보면서 로펌 선임 등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