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G도 카뱅 주가 하락에 인수금융 줄인 뒤, 리파이낸싱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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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가 카카오뱅크(카뱅) 주가 하락으로 인한 인수금융 부담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자금 투입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 데 이어 또다시 자금 투입 가능성이 거론된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앵커PE는 지난 2021년 일으켰던 카뱅 인수금융에 대해 일부 상환을 고려하고 있다. 카뱅 주가가 오랜 기간 하락세를 보이면서 LTV(담보인정비율)가 높아진 영향이다. 통상적으로 LTV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차주는 일부를 상환해 LTV 비율을 낮추거나 추가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앵커PE는 지난 2021년말 카뱅 주식 2.2%를 담보로 3000억원 규모의 리캡(자본재구조화)을 단행했다. 카뱅 상장 직후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하자, 차입을 늘리고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이다. 당시 카뱅 시가총액은 26조원에 달했고, 앵커PE가 담보로 제공한 지분의 가치는 6000억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후 카뱅 주가가 줄곧 하락세를 보이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담보로 제공한 카뱅 지분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인수금융 상환 압박이 생긴 것이다. 이에 앵커PE는 작년 초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인수금융을 일부 줄였다. 낮아진 담보가치만큼 대출을 줄여 LTV 비율을 맞추기 위함이다. 현재 남아있는 인수금융은 2000억원대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불구, 작년 이후에도 주가가 우하향하면서 인수금융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한 국내 증권사에서 카뱅 인수금융과 관련 재무약정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10월 중순까지 3개월간 주가를 가중평균해 LTV 약정을 위반했는지 점검한다.
시가총액이 10조원대까지 낮아진 카뱅의 몸값을 고려하면 앵커PE가 추가로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앵커PE 측은 이러한 시나리오를 검토한다고 전해진다. 수백억원 규모의 자금 투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상황이다.
앵커PE는 카뱅 인수금융 일부를 상환해 재무약정 위반 문제를 정리한 뒤, 새로운 대주단을 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앵커PE가 새로운 인수금융 진영을 구성하기 위해 여러 금융사와 논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앵커PE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사한 상황에 처했던 글로벌 사모펀드 TPG도 카뱅 인수금융 관련 LTV 약정 위반 건을 해소하기 위해 인수금융 일부를 상환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인수금융 주선사를 바꿔 리파이낸싱(차환)을 마무리지었다. 국내 대주단 입장에서 한시름 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카뱅에 투자했던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인수금융 부담이 커지자 속속 자금투입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해외 사모펀드들은 재무약정 위반으로 인한 치유방안을 논의할 때,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