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9% 급락…SK하이닉스·삼성전자도 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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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한 달여 만에 재점화한 가운데,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지난 밤 사상 최대 규모의 일일 시가총액 손실을 기록하며 AI 열풍이 과열됐다는 비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코스피도 3%가 넘는 낙폭을 보이며 휘청였다. 엔비디아의 직접 영향권에 놓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도 약세를 보였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15% 하락한 2580.80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9871억원, 7304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이 홀로 1조6487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 지수가 26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9일 이후 17거래일 만이다.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데는 3일(현지 시각) 미국 공급관리협회가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7.2로 시장 예상치인 47.5를 밑돌자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재점화한 탓이란 분석이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는 이같은 우려에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1.51% 내렸고,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2.12%, 3.26% 하락했다.
특히 올해 글로벌 증시 상승세를 주도했던 엔비디아의 주가가 9% 넘게 하락한 여파가 컸다.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최근 경기 지표마저 악화하자 AI 열풍이 과열됐다는 비관론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초 미국 ISM 제조업지수 부진과 고용 위축으로 시작한 글로벌 증시가 급락이 다시 나타난 모양새"라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이 모두 하락한 가운데, SK하이닉스가 8.02% 하락한 15만4800원에 장을 마감하며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3.45%), LG에너지솔루션(-2.80%), 삼성바이오로직스(-1.56%), 현대차(-2.11%), KB금융(-3.91%) 등도 약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9월이 확인해야 할 이벤트가 많아 변동성이 큰 만큼, 아직 글로벌 경기침체를 확언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여러 하락 요인 중 주식시장에서는 ISM 제조업 신규주문의 부진을 가장 신경 쓰고 있다"며 "기업들의 새로운 수요가 나오지 않는다면 국내 수출 기업들의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주 목요일 ISM 서비스업 PMI와 주간 실업수당청구건수, 금요일 실업률 이벤트를 치르는 과정에서 상황 반전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