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SK E&S 합병, KKR 대주단 3%대 차입금리 걸림돌
입력 2024.09.04 16:37|수정 2024.09.06 15:25
    SK E&S 투자사 KKR, 후한 조건 챙기며 동의
    상환가능성 줄어드는 대주단 동의는 미지수
    과거 3%대 금리로 대출, 현재는 5~6% 수준
    동의 과정서 금리 올려달라 목소리 나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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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작업에 KKR 인수금융 대주단이 변수로 떠올랐다. 합병으로 지배구조가 바뀌는 만큼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결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주단은 과거 대출금 상당 부분을 3%대 금리로 빌려줬는데 동의 과정에서 현재 시장 상황에 맞춰 금리를 올려달라는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KR은 SK E&S 상환전환우선주(RCPS) 인수금융 대주단과 조건 변경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배구조와 거래 관계가 바뀌는 데 대해 대주단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다. 조만간 대주단 대상 설명회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SK E&S는 2021년 2조4000억원, 작년 7350억원 등 총 3조1350억원 규모 RCPS를 KKR에 발행했다. 당초 계획대로면 KKR은 투자 후 5년이 지난 시점에 도시가스회사들을 넘겨받을 가능성이 컸는데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이 추진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SK E&S의 채권자로서 계약 상대방이 바뀌게 되는 KKR의 동의 여부가 중요 변수로 떠올랐는데 큰 문제 없이 합의가 이뤄졌다.

      남은 것은 KKR의 SK E&S 대주단의 동의다. 지난달 SK E&S는 도시가스 자회사 7곳을 현물출자해 E&S시티가스와 E&S시티가스부산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신설회사가 중간지주사로써 KKR이 보유한 SK E&S RCPS의 권리 관계를 승계하는 방식이다.

      애초 도시가스 회사를 염두에 둔 거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대주단 입장에선 통합 SK이노베이션이 아니라 도시가스 자산만 있는 중간지주사로 거래 상대방이 바뀌는 것이 탐탁지 않을 수 있다. 통합 SK이노베이션이라 하더라도 동의 여부는 대주단의 판단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대주단이 이번 동의로 무엇을 얻느냐는 물음이 생길 수 있다. 

      SK E&S는 KKR의 RCPS를 현금으로 상환할 때 보장하기로 한 내부수익률(IRR) 기준을 기존 7.5%와 9.5%에서 9.9%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2021년 발행한 RCPS에 대해선 1500억원 규모 중간배당도 결의했다. SK E&S가 KKR을 배려한 것이다.

      반면 대주단 입장에선 기존 조건대로 동의하는 것이 탐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KR은 2021년 2조500억원, 2023년 4400억원의 인수금융을 일으켰다. 작년에는 6%대 금리를 적용했지만,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던 2021년의 차입금리는 3%대 중후반이었다.

      최근 인수금융 시장 금리가 5~6%인 점을 감안하면 동의 과정에서 금리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주단에 참여하는 금융사가 20곳에 달하다 보니 전원 동의를 얻기까지 치열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대주단 입장에서 권리관계의 실질은 그대로지만 기존 대출 금리가 낮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K그룹도 적극적으로 대주단을 접촉해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거래의 직접 당사자는 KKR과 대주단이지만 합병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는 SK그룹도 나서 측면지원하는 모양새다. 주요 금융사 입장에선 SK그룹과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SK그룹이 나서면 대주단 입장에서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도 "결국은 금리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차주 측 설명을 들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