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임대료 감당 못해"…중심지서 주변부로 밀려나는 대기업들
입력 2024.09.06 07:00
    롯데하이마트·코리아세븐·11번가 등
    핵심지서 주변부로 사옥 이전 검토
    오피스 임대료 상승폭, 소비자물가 2배
    GBD 7.3% 상승률에도…"없어서 임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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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강남 권역(GBD), 여의도 권역(YBD), 도심 권역(CBD) 등 서울 핵심 업무지구에 위치한 오피스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본사 이전을 검토하는 대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업황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사옥 유동화에 나선 모양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는 본사 사옥을 보라매역 인근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치동에 위치한 본사 사옥을 임대로 전환하고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낮은 건물을 임차하는 방식이다. 아직 시기와 장소가 확정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운영사 코리아세븐 역시 지난달 중구 수표동에 위치한 '시그니처타워'에서 강동구 천호동으로 본사를 옮겼다. 재무적 투자자(FI) 주도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11번가도 이달 사옥을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에서 경기도 광명 유플래닛 타워로 이전한다.

      이들 대기업이 본사를 이전하는 것은 비용절감 차원이다. 재택근무 등으로 상업용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탄탄한 수요를 기반으로 상업용부동산 활황세가 이어지고 있다. 임대료 역시 지속 상승하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 대기업들이 핵심 업무지구에서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기업명을 말할 수는 없지만, 최근 사옥 소요가 있는 기업들이 크게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코리아의 '2분기 서울 프라임 오피스 리포트'에 따르면 권역별 임대료는 CBD가 평당 12만4700원, GBD가 12만1000원, YBD가 10만6200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프라임 오피스의 임대료 인상률은 5.7%였는데, 이는 6월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2.4%)의 두 배 이상이다. 

      임대료 상승률은 GBD가 7.3%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YBD(6.0%)와 CBD(4.3%) 순이었다. 세빌스코리아는 "공실이 발생하면 기존 임차인의 내부 증평 또는 신규 임차인이 입주해 공실을 빠르게 해소하면서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즉,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변부로 이전하는 기업들의 빈자리를 유동성이 충분하고 재무여력이 탄탄한 기업들이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내 오피스 시장에서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앞으로 심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3분기 GBD의 공실률이 다소 늘어났지만, 이는 중·소형 사무실 이야기이고 일시적일 뿐"이라며 "2만평 이상의 프라임급 오피스는 여전히 없어서 임대를 주지 못할 정도로 수요자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