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 예산 6000만원 수준에 불과
세 차례 경쟁입찰 유찰 후 수의계약 전환
"양질의 DB 구축 위해선 투자 늘려야"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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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한국이에스지연구소(한국ESG연구소)를 ‘국내주식 의안 분석 데이터베이스 제공기관’으로 최종 선정했다. 올 하반기 세 번의 경쟁입찰을 실시했지만 모두 유찰됐고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고서야 가까스로 업체 선정을 마칠 수 있었다.
2000여곳이 넘는 국내 기업의 데이터를 제공받기 위해 배정된 예산이 턱없이 낮은 탓에 민간 기관의 사업 참여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는 최근 한국ESG연구소와 의안분석 데이터베이스 제공을 위한 용역 계약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체결했다. 한국ESG연구소가 입찰한 금액은 5830만원이다. 국민연금이 해당 사업을 위해 배정한 금액은 총 6000만40원으로 희망하는 기관들은 예정 가격 이하로 입찰에 참여해야한다.
국민연금은 6월부터 국가종합조달시스템 나라장터에 세 차례(6월14일, 7월10일, 7월25일) 공고를 내고 참여 업체를 모집했지만 모두 단독응찰로 유찰됐다. 뒤어어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공고(8월12일)를 낸 이후 참여한 1곳(한국ESG연구소)과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국민연금이 제시한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데이터 분석 용업 업체는 ▲코스피 상장회사 및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기업 1000곳의 기업정보(전체 이사 수, 사외이사 수, 이사보수한도, 이사에 지급된 보수 총액, 당기순이익) 및 이사회 현황과 참석률 ▲코스피 및 코스닥 상장회사 약 2200곳의 주주 및 기업정보(기업별 주요주주, 계열회사 및 종속회사 현황)와 인물정보(기업별 등기부 등본에 기재된 등기임원의 이름과 생년월일, 직위, 재직기간) ▲금감원으로부터 분식회계,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기업들의 현황 등을 제공해야한다.
모든 데이터는 전산시스템에 등록이 가능한 형태로 제공돼야함은 물론, 데이터는 코드화 및 데이터 간 연계가 필수적이다. 데이터에 오류가 발생할 시 수습 계획 마련해야하고, 국민연금이 요청할 시 즉각적으로 대응해야한다.
국민연금은 이 같은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하기 위해 데이터베이스 구축관련 조직 및 전문인력 현황과 전산 인프라 구축 현황, 국민연금 요청사항과 관련한 데이터베이스 보유 현황을 제출토록 했다. 아울러 참여 기관에 데이터베이스 수집을 위한 내부 프로세스, 데이터의 정확성 제고방안과, 내부통제 프로세스, 사후관리 및 보안관리 계획도 제출토록 했다.
모든 과업을 수행해야하는 기간은 올해 연말(12월31일)까지다.
사실 전적으로 국민연금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인력과 자원을 투입할 수 있는 곳은 국내 기업이 몇 곳 되지 않는 것을 차치하고도, 6000만원 수준의 예산으로 국내 거의 모든 상장사와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기업들의 제반사항들을 시스템화하겠다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심지어 올해 배정 예산은 과거에 비해 줄어든 수치인데, 2019년엔 962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이듬해 6170만원으로, 올해는 6000만원까지 떨어졌다. 국민연금이 요구하는 데이터의 양이 2019년엔 3년치 정보에서 1년치로 줄어들긴 했으나, 절대적인 금액 자체가 기관들이 참여해 수익을 창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단 지적이 나온다.
국내 의결권 자문 관련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국내 운용사들에는 수 천억원 규모의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ESG데이터 또는 의안분석 데이터는 수 천만원 수준의 용역비를 지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현재 국민연금이 요구하는 데이터는) ESG투자의 기본적인 인프라이기 때문에 좀 더 과감한 투자를 통해 ESG투자 저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