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1.5조, E&S 2.5조 은행 차입 준비
단기 조달한 후 회사채 발행해 상환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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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권에서 최대 4조원을 조달한다. 특수 목적인 만큼 단기로 자금을 조달한 후 통합 SK이노베이션이 채권을 발행해 이를 상환할 예정이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에 대한 여신을 집행하기 위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여신 규모는 SK이노베이션 1조5000억원, SK E&S 2조5000억원 등 최대 4조원으로 거론된다. 한 곳이 부담하는 금액은 수천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며 내달 중 승인이 완료될 전망이다. SC제일은행이 자금조달 주선사다.
SK그룹은 리밸런싱(사업재조정) 작업의 일환으로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법인이 출범하면 기존 권리 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에 기존 채권자와 투자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채권자의 조기상환 요구를 받을 수 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 청구 규모도 변수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공시를 통해 오는 20일 각각 6900억원 규모, 2조3500억원 규모 회사채 채권자 대상 집회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이 중엔 유동성이 풍부할 때 1%대 금리로 발행한 채권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주식매수청구권 수용 마지노선을 8000억원으로 정하고 있다. SK E&S는 사모채와 사모 영구채(신종자본증권) 규모도 수천억원에 이른다.
SK그룹으로선 이런 부담이 일시에 몰리면 합병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여신 라인을 열어두려 하고 있다. 차입 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3개월물에 110~140bp(1.1~1.4%)를 가산한다. 최근으로는 4% 중후반 수준이다. 만기는 1년이나 2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 대응 목적인 만큼 자금을 장기로 빌릴 필요성이 크지 않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은 차후 통합 SK이노베이션이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상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채에서 은행 대출로 전환했다가 다시 회사채로 갈아타는 식이다. SK그룹의 발행사로서 입지가 공고하고 중장기적으로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조달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보통의 대기업 여신과 비교했을 때 금리 조건이 나쁘지 않다"며 "향후 통합 법인이 채권을 발행해 여신을 상환할 계획인데 지금 여신보다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