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감시인으로서 부당대출 관여 여부 주목…연임 영향 미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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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이 이뤄졌을 당시 준법감시인을 역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준법감시인은 내부통제 부실의 책임자라는 점에서, 향후 금융당국으로부터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언급된다. 이로 인해 올해 말 만료되는 은행장직의 연임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진행한 우리은행 불법대출 관련 조사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이 있는 20개 업체에 616억원의 대출을 내줬다. 이 가운데 350억원의 대출이 특혜성 부당대출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문제는 이 기간 조병규 행장이 준법감시인 직책을 맡고 있었다는 점이다.
조병규 행장은 2018년 12월 우리은행 준법감시인 상무로 선임된 뒤 1년간 업무를 수행했다. 2020년 2월부터 11월까지는 준법감시인 집행부원장보로 재직했다.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이 우리은행으로부터 문제의 대출을 받은 시기와 겹친다.
준법감시인이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책임지는 자리라는 점에서 조병규 행장이 이번 부당대출 사건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감독당국은 이번 사태를 지주회장의 과도한 권한 아래 발생한 내부통제 부실로 보고 있어, 당시 내부통제 시스템 관리가 미흡했다고 판단되면 조병규 행장이 당국의 제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통상 횡령이나 부당대출이 발생한 경우 준법감시인까지 제재를 받는 경우는 드물지만, 내부통제 점검이 부실했다는 점이 밝혀지면 책임을 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 행장이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대출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까지 제기된다. 정상적인 대출이 아니라면 사내 법무부서의 결정을 받고 절차를 진행했을 수 있는 까닭이다. 해당 부분은 금융당국의 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내용이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은행 내 여신심사 관련 부서가 여신의 실행 여부를 판단하지만, 정상 여신이 아니거나, 여신을 실행했을 때 배임 등의 소지가 있다면 사내 법무부서의 판단을 요청했을 수 있다. 이 경우 준법감시인도 배임 등의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병규 행장의 연임 여부가 안갯 속에 빠졌단 평가가 많다. 만약 당국으로부터 중징계 사전 통보라도 받게 된다면 조병규 행장의 연임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전 회장의 친인적 부당대출이란 초유의 사태에 엮이며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조병규 행장 등 우리금융의 최고경영진이 이번 사태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이번 부당대출 사태에 대해 당국에 제때 보고하지 않았고 후속 조치도 미흡했다는 비판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시중은행 중 행장의 연임을 가장 점치기 어려운 곳이 우리은행이다.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사태가 드러난 가운데 당시 준법감시인이었다는 점 때문에 조병규 행장이 당국으로부터 받는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 관계자는 "조병규 행장은 성실히 조사에 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