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참전한 고려아연 분쟁, 주가폭등ㆍ유통물량ㆍ명분싸움ㆍ현대차 등 대응이 변수
입력 2024.09.13 16:05|수정 2024.09.13 17:11
    하루만에 주가 공개매수가격 66만원 넘어서
    유통물량 자체도 적어…지분 확보여부 지켜봐야
    자사주 취득금지에 최윤범 회장 개인 비리도 거론
    당장은 영풍 앞섰지만 변수…고려아연 백기사들 반응 관건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놓고 MBK파트너스가 영풍 측으로 참전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향후 관건은 MBK파트너스의 의도대로 공개매수가 이뤄질지, 그리고 최윤범 회장 측에 백기사로 나섰던 현대차, 한화, LG화학 등이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다 

      13일 MBK파트너스는 영풍 및 장씨 일가와 함께 고려아연 지분 7%~14.6%를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개매수 규모는 최대 2조원에 달한다.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개장 직후 전일보다 20% 가까이 폭등하며 66만5000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분쟁 개시 하루 만에 공개매수가 66만원을 넘어섰다.

      폭등하는 주가 이어지면 공개매수 대응법에도 영향 

      당분간 주가 변동성은 극심할 전망이다. 고려아연의 전체 발행 주식 중 유통 물량은 22% 수준으로 파악된다. 주가가 66만원을 넘어서며 이미 프리미엄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지만 어느 정도 매수가가 충분한지는 결국 시장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각자 공개매수 방식으로 맞붙은 SM엔터 경영권 분쟁 당시처럼, 주주간 갈등과 분쟁이 강화되는 모습을 보일수록 주가는 더 치솟는 경향이 있다. 

      급등한 주가로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저조하면 공개매수의 성공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 MBK 참전한 고려아연 분쟁, 주가폭등ㆍ유통물량ㆍ명분싸움ㆍ현대차 등 대응이 변수 이미지 크게보기

      MBK파트너스도 주가 흐름에 따른 공개매수 가격 인상 등을 미리 계산했을 가능성이 높다. MBK파트너스가 이번 공개매수에 활용하는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6호 블라인드 펀드 기반이다. 펀드 규모가 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끌어쓸 수 있는 자금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주가 변동폭이 MBK파트너스의 계산 범위 안에서 움직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MBK는 이번 공개매수에서도 '엑시트 전략'을 미리 마련해 뒀다. 공개매수를 통해 최소 약 7%(144만5036주)에서 최대 14.6%( 3024만881주)를 매수한다는 계획이지만, 공개매수 신청이 최소 매수예정수량(7%) 미만일 경우 주식을 아예 매수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자금을 풀어서 1대 주주로 군림하거나, 아니면 없던 거래로 하거나 두 가지 선택지만 밝힌 셈이다. 

      명분 싸움도 본격화, 지금은 영풍 측 '1승'이지만 향후엔 미지수

      공개매수를 통한 자금력 싸움은 물론 양측의 명분 싸움도 시작됐다. 영풍은 이날 법원에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을 금지시키고,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를 막아달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와 함께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투자 관련 배임 의혹 및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관여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 의무 위반 ▲상법 위반 및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 최 회장 경영 체제의 문제점을 일일이 지적했다. 실패했던 한국타이어 공개매수 당시와 달리 이번 공개매수는 충분한 정당성을 가지고 있음을 강력히 설파한 셈이다. 

      상대편인 최윤범 회장 측은 아직까지 이렇다할 대응 전략을 선보이지는 못했다. 이날 고려아연은 '최대주주 영풍이 일방적으로 기업사냥꾼 MBK파트너스와 결탁해 추진하는 공개매수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입장만 공시했다. 

      최 회장 측은 이번 공개매수가 기업가치를 장기적으로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풍 측이 제기한 최 회장 의혹에 맞불 격으로 ▲영풍의 환경오염 이력과 경영 실패 및 ▲MBK파트너스의 약탈적 경영 전력도 지적했다. 

      다만 이번 공개매수에 대항하기 위한 새로운 백기사나 투자자 확보 여부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다. '기습적으로' MBK파트너스의 참전을 맞이한 터라 이렇다할 대응을 할 여유나 시간도 없었던 셈이다. 현재로서는 일방적으로 MBK와 영풍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판국이다. 

      문제는 이번 상황을 지켜보는 현대차나 한화그룹, LG화학 등 이른바 최윤범 회장 '백기사' 지분의 향방이다. 국내 대기업 특성상 이런 분쟁에 대놓고 반대편에 서서 추가자금을 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다고 이번 분쟁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마냥 지켜보기만 하기에는 이미 발을 깊게 들여놓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