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밸런싱 애먹은 SK그룹, 미뤄둔 사장단 인사 규모는?
입력 2024.09.19 07:00
    올해 상반기까진 그룹 리밸런싱에 총력전
    본격적인 논공행상 평가는 이제 시작
    최창원 의장 처음이자 마지막 인사될 수도
    올해 공과는 물론 과거 성적도 볼지 관심
    기존 부회장 라인 인사들 거취에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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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그룹은 매년 12월 첫번째 목요일에 그 다음해 정기 인사를 진행한다. 6월 확대경영회의(올해는 전략경영회의), 8월 이천 포럼, 10월 CEO 세미나 등 행사가 정기 인사를 살필 가늠자로 꼽힌다. 매년 하반기가 되면 각 계열사 경영진들은 경영 성과를 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 나타나곤 한다.

      올해는 예년과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몇년간은 파이낸셜스토리로 대변되는 확장 전략을 각 계열사가 경쟁적으로 폈지만 올해는 그로 인해 나타난 부작용을 치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그룹 내 자산 이전과 통합, 각 계열사의 자산 효율화 작업이 우선적으로 이뤄졌다.

      SK스퀘어, SK에코플랜트 등 계열사 수장들이 임기보다 먼저 물러나기도 했는데 실질적인 논공행상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영진들은 연말 정기 인사에서 그간 그룹 내 중책 사업을 확장한 '공'과 재무부담을 키운 '과'를 평가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물론 과거의 공과도 따질지 관심사다.

      올해 정기 인사는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체제에서의 첫 번째 인사다. 최창원 의장은 작년말 그룹의 구원투수로 등판하며 2년간만 중책을 맡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이 사실상 최 의장의 인식과 색채를 드러낼 수 있는 마지막 인사인 셈이다. 최 의장이 쇄신을 강조해 온 만큼 전 계열사 경영진이 자리를 둔 평가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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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SK그룹 리밸런싱의 키는 2차전지 사업을 어떻게 살리느냐였다. 다양한 사업을 SK이노베이션에 붙이는 작업이 검토됐는데 결국 알짜회사 SK E&S가 합병 대상으로 낙점됐다. 이 과정에서 내부의 이견이 적지 않았지만 그룹 수뇌부가 이를 관철시켰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과 추형욱 SK E&S 사장도 힘을 보태 성과를 냈다.

      SK E&S는 그룹 정상화의 공이 크지만 과도 없지 않다. 2021년 투자한 미국 수소기업 플러그파워 투자 부진이 뼈아프다. 주당 투자 단가는 29달러인데 최근 주가는 그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룹 수소사업을 이끌던 추형욱 사장이 관여한 거래인데 그룹 수뇌부의 시각은 썩 곱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사 SK㈜도 리밸런싱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자회사 통합 계획을 짰고,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에센코어 등 알짜 회사를 SK에코플랜트에 넘겼다. 장용호, 이성형 사장 입장에선 SK스페셜티 매각과 베트남 투자 자산 정리를 얼마나 매끄럽게 진행하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그룹 평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곳은 SK스퀘어다. 올해 수장 자리를 이어받은 한명진 사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포트폴리오 정리 작업이 지연되는 것은 부담스럽다. 하형일 최고투자책임자(CIO)가 11번가를 담당하고 있다. 2021~2022년 유동성 호황기 SK스퀘어 CIO를 지낸 윤풍영 SK㈜C&C 사장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도 관심이다.

      SKC는 지난 수년간 2차전지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꾸렸지만 최근 캐즘(전기차 수요부진) 상황에서 고전하고 있다. 2019 인수한 동박업체 SK넥실리스의 부진에 회사 전체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에 걸쳐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이 회사에 수조원을 쓸 곳을 찾긴 어렵다. 장동현 SK㈜ 부회장과, 이성형 SK㈜ 사장이 SK넥실리스 인수 의사 결정에 참여한 바 있다.

      박원철 SKC 사장은 2022년 부임 후 두드러진 사업 조정 성과를 냈다. 마산그룹과 빈그룹 등 SK그룹 동남아투자법인 대표로 있을 때 투자한 건들의 회수 성적표는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임이 두터워 작년 정기 인사에서 그룹 중추로 들어오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있었는데 일단 현상 유지로 결론이 났었다.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올해 정기 인사가 새 시대의 도래를 확실히 선포하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모인다. 현재 계열사 사장 중 상당 수가 이제는 한발 물러서 있는 부회장들과 함께 사업을 일궈온 인사다. 추형욱 사장과 박원철 사장 등은 조대식 부회장, 윤풍영 사장과 유영상 사장, 노종원 솔리다임 각자대표 등은 박정호 부회장과 가까운 관계로 분류돼 왔다. SK그룹이 파이낸셜스토리에 집중하는 사이 CEO 양성에는 상대적으로 공을 덜 들여 해당 인물들을 이을 인물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엔지니어 출신인 곽노정 사장이 이끌고 있다. 대외 사업을 위해선 관리 전문가보다는 결국 기술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역시 엔지니어 출신인 이석희 SK온 사장(전 SK하이닉스 사장)은 작년 그룹의 재신임을 받았다. 유정준 SK온 부회장은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최측근 인사 중 하나로 평가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SK그룹 사장단들은 정기 인사 결과를 안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보기에 불필요한 직함과 자리가 많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에 큰 폭의 인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