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안진의 '잃어버린 6년'…본인 연봉만 '퀀텀점프' 시킨 홍종성 대표?
입력 2024.09.19 07:00
    Invest Column
    2위 위협하던 안진, 3위 수성도 '위태위태'
    '맨 파워' 예전 같지 않은데다 차별점 마땅 찮아
    '셀프 임기 연장'ㆍ'셀프 연임' 논란까지 제기
    • 2019년 취임한 딜로이트안진 홍종성 대표의 캐치프레이즈는 '퀀텀점프'였다. 취임 당시 4대 회계법인 중 최연소 대표로, 대우조선해양 사태 이후 침체한 안진에 활기를 불어 넣어줄 것으로 기대하는 시선이 많았다. 

      그리고 6년이 지났다. 회계법인들 사이에서 안진은 오히려 이전보다 활기를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수 아래'로 낮춰보던 한영회계법인보다 신입 회계사 선호도 등 평판이 뒤쳐진다. 경영진에 대한 실무자들의 불신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핵심은 업계 2위인 삼정을 위협하던 안진이 어쩌다 3위 수성조차 위태로운 지경에 빠졌느냐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도 있었지만 이미 10년 전 일이다. 햇수로 6년째 재임 중인 현 홍 대표가 책임을 면할 순 없다는 지적이 많다. 회사 안팎에서는 홍 대표가 회사의 성장보다는 본인의 임기와 처우에 관심이 훨씬 더 많다는 비판이 제기된지 오래다.

      표면상 안진의 매출액은 최근 5년간 49% 증가했다. 홍 대표의 리더십 때문이라기보단 신(新)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특수 덕분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실제로 같은 기간 삼정회계법인은 매출액이 52% 늘었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6월 결산분까지 매출이 42% 늘었고, 이달 말 공시 예정인 올해 실적을 포함하면 역시 50% 전후 성장세를 보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하긴 했지만, 경쟁사 대비 안진만의 차별점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신(新)외감법 특수가 끝나가는 현 시점에서도  삼일ㆍ삼정은 여전히 연간 감사부문 매출 성장률이 10%를 훌쩍 넘기고 있는데, 안진은 올해 전년대비 5% 성장하는 데 그쳤다. 성장을 견인하던 경영자문 부문 역시 올해 전년대비 역성장했다. 경기 침체 우려로 시장 전망 역시 밝지 않다.

      회계법인의 영업자산인 '맨 파워'는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120명의 회계사를 신규 채용했음에도 불구, 올해 5월말 기준 임직원 수는 전년대비 28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핵심인 회계감사 부문 인원은 1183명으로 전년대비 오히려 1명 줄었다. 덕분에 올해 감사 부문 회계사 1인당 투입 시간은 총 917시간으로, 지난해 890시간 대비 27시간 늘었다.

    • 취임 후 홍 대표의 전년대비 급여(성과급 포함) 상승률은 매년 두 자릿 수를 기록했다. 2022년엔 퇴직금 정산분 포함 23억원을 가져갔고, 2023년엔 전년대비 급여 총액이 41% 급상승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급여 인상률은 같은 기간 회사의 매출액 상승률 대비 평균 두 배 가량 높은 수치였다. 지난해 적자로 인해 올해 급여는 34% 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2022년 급여 총액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홍 대표의 급여 상승률은 재직 중인 실무자들이 박탈감을 느끼고 회사에서 이탈하는 배경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안진의 직원당 평균 임금 상승률은 홍 대표와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지난 5년간 홍 대표의 연봉은 올해 34% 삭감분을 반영하고도 44% 늘었는데, 같은 기간 직원 1인당 평균 임금은 2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5년간 회사 매출이 52% 늘어난 삼정은 이 기간 직원 평균 임금을 32% 올렸다. 한영의 경우 2020년 이후 지난해 6월 결산분까지 매출이 30% 늘었는데, 직원 평균 임금은 안진과 비슷한 수준인 20% 올랐다. 

      이런 상황은 실무자들의 만성적인 보상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홍 대표가 취임 후 업계 1위로 가자며 퀀텀점프를 이야기했는데, 회계사들 사이에서는 본인 연봉만 퀀텀점프시킨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2010년 이후 최장기 CEO(최고경영자)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5년 6개월을 재직했고, 아직 2년 가까운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앞서 전임 이정희 대표는 2년, 함종호 전 대표는 3년, 이재술 전 대표는 4년 7개월간 재직했는데, 이 기록을 뛰어넘은 것이다.

      지난 2022년 연임 당시 '사실상 셀프 연임', '사실상 셀프 임기 연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던 바 있다. 홍 대표의 첫 임기 만료를 1년 앞둔 2021년, 홍 대표와 재무자문 부문에서 손발을 맞춰왔던 백인규 파트너가 회계법인의 이사회 격인 BOP(보드 오브 파트너스)의 의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홍 대표가 노골적으로 백 의장을 밀어줬다며 불만을 표시한 파트너가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백 의장 취임 후 BOP는 대표이사직의 임기를 3년에서 4년으로 1년 늘리기로 하고, 파트너 총회에서 이를 의결했다. 이후 홍 대표가 차기 대표에 단독 추천됐고, 2022년 1월 일사천리로 연임이 확정됐다. 연임 전후 주요 파트너들에게 상여금이 대거 지급되고, 그룹장 보직이 크게 늘어난 것을 두고 '홍 대표가 연임을 위해 선심을 쓴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안진 측은  "CEO 선임은 글로벌과 동일하게 후보 추천 위원회에서 후보 간 경쟁 등 절차를 밟는다"며 "CEO 임기 연장은 글로벌 딜로이트의 권고사항 중 하나로, 2020년 딜로이트 아시아퍼시픽(AP) 공식 합류 후 파트너 동의를 받아 변경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재임 중인 대표가 연장된 임기를 본인 현 임기부터 바로 적용했다는 점과, 이후 안팎의 예상대로 연임에 도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임기 관련 제도 개편 건에선 홍 대표의 의지가 강하게 엿보인다는 평가가 다수다.

      홍 대표 취임 이후 재무자문 출신 파트너만 득세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백인규 의장에 이어 최근 신규 선임된 이종우 BOP 의장 역시 재무자문 출신으로 홍 대표와 손발을 맞춰 온 인물이다. 홍 대표 취임 이후 6년간 안진의 인사와 재무를 총괄해 온 민홍기 전 경영지원본부장 역시 재무자문 출신이며, 2026년 선임될 차기 대표로도 재무자문 출신인 길기완 경영자문부문 대표가 일찌감치 언급되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2019년 물러난 이정희 전 대표가 최근 완전히 회사를 떠났음에도 불구, 2017년 퇴임한 함종호 전전 대표는 아직 안진에 고문으로 재직하며 연간 수 억원의 고문료를 받고 있다"며 "함 전 대표가 2015년 홍 대표를 당시 업계 최연소 재무자문본부장으로 발탁한 '은혜'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안진은 이정희 대표 시절, '뼈를 깎는 쇄신'을 외치며 142명이었던 파트너 수를 99명까지 줄였다. 홍 대표 취임 이후 파트너 수는 다시 점점 늘어났고, 현재 144명으로 이전보다 더 많아졌다. 회사 안팎에서는 홍 대표가 이렇게 확보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퇴임 후 회장직 취임을 노리고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안진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배경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