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M파마, 아이언디바이스는 두 차례 정정하기도
추정 미래 실적과 사업 위험 심사 잣대 엄격해져
증권사, 기관투자가 대상 일정 줄연기에 '난감'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기술특례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가 빈번해지고 있다. 상반기 결산 이후 하반기 중 상장 공모를 추진하려는 기업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심사 잣대는 매우 엄정해진 상태라서다.
금감원의 연이은 퇴짜로 상장 일정이 줄줄이 연기되자, 투자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증권사들은 난감한 기색이다.
금감원은 지난 5일 마이크로바이오 기업인 에이치이엠파마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지난 7월 26일에 이어 두 번째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다. 정정신고서가 재차 금감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공모 일정은 한 차례 더 연기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신고서에 기재된 미래 실적과 위험 부분의 정정을 요구했다. 이에 에이치이엠파마는 첫 번째 정정신고서의 2025년 흑자전환 전망을 35억원 적자로 수정했다. 2026년, 2027년의 추정이익도 줄였다. 공모가 희망 밴드도 1만8000원~2만1000원에서 1만64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달 9~10일 청약을 진행한 아이언디바이스도 두 차례 증권신고서를 정정한 바 있다. 지난 7월 10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8월 상장을 준비했지만 금감원이 상반기 실적과 제품별 매출 현황 등의 내용을 보완 요구하면서다. 방사성 의약품 치료제 기업인 셀비온과 초소형 인공위성 업체인 루미르도 금감원의 정정 요구에 따라 상장 일정이 2~3주 가량 연기됐다.
최근 들어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은 해당 기업들의 공통점은 기술특례상장 요건으로 상장을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는 '파두 사태' 이후 높아진 심사 문턱이 하반기 들어 한층 더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파두는 팹리스 유니콘(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주목받으며 지난해 8월 코스닥에 입성했으나 증시 입성 3개월 만에 3억원 대 매출을 발표하면서 '뻥튀기 상장' 논란이 인 바 있다.
실제 금감원 공시심사실은 이달 5일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IPO 간담회를 개최해 기술특례상장 법인 심사를 엄정히 들여다볼 것을 예고했다.
금감원은 ▲기술특례상장 법인기술평가 내용과 관련 '전문평가기관의 종합의견만 단순히 인용 기재'에서 '투자위험요소에 상세히 기재' ▲'3.5년 후 사업 성과가 본격화된다고 가정해 당기순이익을 추정, 동 추정을 뒷받침할 근거로 목표시장 규모 및 성장 잠재력 등을 제시'에서 '시설 및 기술 보유 현황 등 합리적 근거를 구체적으로 보완해 기재' 등 정정사례를 제시했다. 또한 공시서식 개정 내용 미충족시 신고서를 정정 지도할 예정이라 밝혔다.
금감원의 거듭된 정정 요구로 인해 상장 관련 일정이 뒤로 밀리면서 주관사들 또한 난감한 상황이다. 업무 과중에 더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일정까지 차질이 생기면서다.
증권사 IPO부서 한 관계자는 "최근 매출 추정 부분뿐 아니라 작성 서식 준수 여부까지 잣대가 더 엄격해져서, 내부에선 금감원이 거래소를 믿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며 "증권사 입장에선 정정 과정 자체도 당연히 번거롭지만 기관 대상 딜로드쇼(DR) 일정을 잡아놓고 미루게 되는 경우가 허다해 업무에 차질이 계속 발생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까다로워진 심사에도 기술특례상장 기업 주관 업무를 놓칠 순 없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 신청 기업은 대부분 적자 기업이다. 금감원의 거듭된 정정 요구에 추정 실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더 큰 품을 들이게 됐지만, 어차피 실적이 뛰어난 회사들 중엔 상장 유인이 없는 경우가 많다. 기술특례상장을 제외하면 IPO 시장이 너무 작아져서 기술특례상장 주관을 놓칠 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