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인하·외국계 운용사 국내 관심↑
운용사들 펀드 출자자 찾기 활발하지만
연기금·공제회는 고심중…"아직 가격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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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부동산 대출 금리가 내려가면서 에쿼티 투자건을 검토하고 있는데, 아직 보통주는 리스크가 있어 우선주 위주로 보고 있다. 그러다보니 운용사에서 아예 '우선주펀드'를 만들어 찾아오는 경우가 늘었다" (국내 한 기관투자가 관계자)
최근 부동산 운용사들이 수도권 중심업무지구에 위치한 오피스의 우선주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우선주펀드'를 결성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고금리 기조 속에서 한동안 기관투자가(LP)들이 에쿼티보다는 대출을 선호했지만, 최근 금리 인하를 목전에 두고 시장금리가 내려가면서 에쿼티 투자의 매력도가 높아진 탓이다. 외국계 운용사들의 국내 오피스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수요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행정공제회는 지난 7월 코람코자산신탁이 조성하는 '코람코 오피스우선주제1호리츠'에 1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정했다. 투자 대상은 연 6% 이상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서울과 경기도 판교 일대의 오피스 우선주다. 최근 잠실역 삼성SDS타워와 테헤란로 하나금융그룹 강남사옥에 각각 200억원씩 투자하며 투자를 개시했다.
KB자산운용도 KB금융그룹 계열사들과 일부 기관들로부터 약 1000억원을 출자받아 국내 부동산 우선주에 투자하는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했다. 현재 퍼시픽자산운용이 마스턴투자운용으로부터 인수 계약을 진행하고 있는 '그래비티 서울 판교'에 우선주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사들이 우선주펀드를 조성하는 이유는 최근 기관투자가들이 부동산 에쿼티 투자를 검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관들은 부동산 시장의 불황이 이어지고,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리스크가 큰 에쿼티보다는 대출을 선호했다. 하지만 최근 시장금리가 내려가면서 에쿼티의 매력도가 커졌단 설명이다. 다만 아직 보통주에 투자하기는 부담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공제회 대체투자 담당자는 "연초만 해도 두자릿수에 육박했던 부동산 대출 수익률이 지금은 크게 떨어져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서는 에쿼티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과 유럽 등 해외와 달리 국내 오피스는 여전히 활황세라 외국계 운용사들까지 국내 시장에 관심을 보이면서 투자건 자체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보통주 투자는 아직 투자심의위원회에서 리스크가 크다고 보고 있다"라며 "우선주 위주로만 우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매각 차익을 덜 가져가는 대신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기관들 사이에서 오피스 우선주 투자를 망설이는 분위기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설명이다. 현재 연기금과 공제회들은 운용사들로부터 우선주펀드 출자 검토 요청을 활발하게 받고 있지만, 행정공제회와 군인공제회 등 일부 기관을 제외하면 출자에 소극적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대신증권은 NH-아문디자산운용에 본사 사옥 거래 협상 결렬을 통보했는데, 우선주 모집에 난항을 겪은 탓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은 매각 후 약 7년간의 재임차에 더해 인수 펀드의 보통주 출자자로 참여해 자금을 모집했지만, 우선주 투자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주가 3.3㎡당 3750만원선이었는데, 기관과의 가격 눈높이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운용사들이 우선주펀드를 조성하더라도, 실제 투자는 금리 인하가 가시화하는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최근 매각자측에서 인수 펀드에 참여해 보통주를 깔아주고 우선주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우선주 가격이 정상화되지 않았다고 본다"라며 "올해까지는 GBD, CBD 등 중심업무지구의 프라임 오피스 위주로만 우선주 투자가 이뤄지고, 금리가 내려가는 내년부터 투자가 활발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