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에 정산주기 단축 추진…쿠팡·네이버, 규제 부메랑 맞을까
입력 2024.09.23 07:00
    정부, 23일 업계 의견수렴 공청회 개최 예정
    정산 기한 단축이 골자…최단 10일까지 고려
    쿠팡 등 대형사도 유동성 이슈 떠오를까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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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티메프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대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규제가 강화되면 이커머스 업체들에 티메프 사태의 ‘진짜’ 여파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는 판매 대금 정산 주기를 최단 열흘로 줄이고 정산 대금도 별도 관리하도록 하는 등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티메프 사태로 경쟁사들 입장에선 '반사이익'이 기대되기도 했으나, 규제 강화로 이어지면 오히려 업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자금 여력이 낮은 플랫폼들의 경우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오는 23일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및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법률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검토하고 조속한 입법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앞서 9일 정부와 여당은 플랫폼 시장 반경쟁 행위 차단과 대규모 유통업자 대상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러한 내용을 담은 플랫폼 독과점 및 갑을 분야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정부는 온라인 중개 거래 플랫폼, 즉 이커머스도 일정 규모 회사면 롯데나 신세계처럼 대규모 유통업자로 지정해 규제하기로 했다. 정부의 가안에 따르면 연간 거래 금액, 즉 ‘판매 대금’이 1조원 이상인 곳들로 쿠팡, 네이버, 11번가 등이 규제 사정권 안으로 들어온다. 1000억원 이상이면 범위에 들어오는 업체들은 더욱 늘어난다. 

      무엇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정산기한 단축과 판매대금 별도관리 의무화다. 최대 60일에 달하는 이커머스 정산 기한을 단축하고 판매 대금을 별도 관리하도록 하는 의무 규정을 신설하기로 한 것이다. 업체들이 그동안 자율적으로 운영돼 오던 정산기한 관리를 이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이 개정되면 단순 정산 기한의 문제가 아니라, 업체별로 유동성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쿠팡이 적극적으로 신사업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정산 기한격차로 생긴 유동성 덕을 봤는데, 만약 법이 개정되고 정산 기한이 단축되면 신사업 투자에도 직격탄이 갈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11번가나 지마켓 등 대부분의 업체들이 5~7일 안에 정산을 마치는 점을 고려하면, ‘최단 10일’ 규제가 적용돼도 업체마다 영향이 다를 전망이다. 정산 주기는 케이스별로 다를 수 있어 결국 평균이 중요한데, 티몬이나 위메프는 자체 정산 주기 정책에 따르면 소비자 결제일 기준 정산이 평균 약 70일 소요된다. 지마켓이나 11번가, 네이버는 약 7일 정도 소요되는데, 네이버의 경우 평균 약 7일 이내로 알려져 있지만 특정 카테고리별로 기한이 일부 상이한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은 주정산이 매주 마지막날에서 +15영업일, 월정산이 매월 마지막날 + 15영업일로, 소비자 결제일 기준 평균적으로 약 20~60일이 소요된다.  

      한 이커머스 고위 관계자는 “쿠팡은 정산 주기가 비교적 길다 보니 해당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고, 평균적으로 정산 주기가 이미 10일 안팎인 곳들은 큰 영향이 우려되진 않는다”며 “직매입은 일반 중개와 다른 점이 있는데, 쿠팡처럼 납품받은 제품들에 대한 재고 부담이 있는 곳은 벤더에게 물품을 돌려주거나 정산주기도 만기까지 채우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 개정안 추진과 관련해 업계의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정부에서는 다가오는 공청회 등을 통해 업계 및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산 기한 규제가 적용되면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사실상 연명이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다. 자금 여력이 낮은 중소 플랫폼들은 정산을 앞당기면 환불·반품 요청에 대응하기 어렵다. 판매대금까지 따로 관리하면 이미 낮은 자금유동성이 더욱 조여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업체별로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 시장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이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