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공세에 "우리 최윤범 회장님"이어야 하는 명분은 못 내놓은 고려아연
입력 2024.09.24 15:08
    취재노트
    최윤범, 우호지분 외 자리보전 명분도 필요한데
    대리인 최윤범만 발라내 공격하는 MBK와 달리
    맹목적 추종 외 내용 없었던 고려아연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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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다툼에선 결국 돈과 명분을 빈틈 없이 마련하는 쪽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MBK파트너스가 연일 파상 공세를 퍼붓는 중에 수비자인 최 회장 측은 우군 확보를 통해 부족한 자금력을 보완하는 중이나 그가 계속 경영을 맡아야 하는 명분 역시 필요한 상태다.

      그러나 '최 회장님' 편에 선 고려아연 임직원들마저 제3자가 납득할 만한 명분은 아직 제시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24일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부회장을 위시한 임직원들의 기자회견에선 최 회장을 향한 맹목적인 우러름만 드러났다. 시장이 기대한 '방어 전략'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최윤범 회장은 그냥 일반적인 전문경영인이 아니다. 미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온산제련소에서 1년간 현장 실습을 받으며 기술을 마스터했다" ▲"기술적 이해도와 경영 능력까지 모든 것을 다 갖춘 사람" ▲"사람을 가족처럼 대해주는 게 최 회장이고, 머슴처럼 대하는 게 장형진 영풍 고문의 사람 관리라고 생각한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당장 임직원들이 최 회장 편을 들고 있다는 점 자체는 MBK파트너스에 불안 요인일 수 있다. 그러나 주관적 감상만으로는 공개매수 참여를 저울질하는 주주를 설득하기 어렵다.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쥐었을 때 예상되는 구체적 우려라도 등장했어야 하지만 "(임직원들이)다 그만두겠다"라는 벼랑 끝 답변 외엔 눈길을 끄는 대목이 없었다.

      MBK파트너스의 전략과 비교하면 이 같은 구도가 더 잘 드러난다. 다소 무리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시선이 없지 않지만 적어도 공략 지점과 명분은 명확한 모습이다.

      현재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해 최윤범 회장으로 인한 대리인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있다. 최 회장 단독경영 체제 들어 불거진 거버넌스 왜곡과 무책임한 투자로 고려아연이 병들었다는 주장이다. 자연스럽게 고려아연을 치료하려면 대리인 최 회장을 밀어내야 하고, 최대주주 영풍과 합의 하에 경영권 인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주주들이 MBK파트너스 측 명분을 얼마나 수긍할지 현재로선 알기 어렵다. 그러나 최 회장 측에서도 최소한 계속해서 고려아연 경영을 맡아야만 하는 명분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협력 관계에 있는 대기업 그룹사의 협조나 잠재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명분이 적지 않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윤범 회장이 아직은 확실한 청사진이나 카드를 꺼내들 수 없는 단계라는 관측도 있다. 고려아연 공개매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전략적으로 패를 숨길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고려아연 측에서도 이달 말이나 내달 초를 전후해 준비 중인 구상들이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