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은 책무구조도 제출 부담 적어
조기 인사로 영업력 강화하는 기조 자리
작년은 안정, 올해는 대규모 인사 가능성
고참 임원들 계열사 사장 각축 치열할 듯
-
신한금융그룹은 올해 일찌감치 계열사 대표이사 선정에 들어갔다. 지난 10일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자회사 대표이사에 대한 승계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올해 은행장 임기 만료 3개월 전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하도록 하는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적용되는 점을 감안해도 예년보다 상당히 이른 행보다.
내년 본격 시행되는 '내부통제 책무구조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가 내부통제 책임 문제를 사전에 규정한 것이다. 금융지주와 시중은행은 내년 초 이를 제출해야 하는데 금융당국은 내달까지 제출하길 바라 왔다. 미리 냈다가 경영진이 바뀌면 이를 고쳐서 다시 내야 하니 다른 시중은행 모두 고심해 왔는데 23일 신한은행이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를 냈다.
신한은행은 작년 2월 전임자의 급작스런 공백으로 정상혁 행장이 취임했다. 정 행장은 올 상반기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하는 등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큰 결격이 없는 데다 '2년+1년'의 관행을 감안하면 연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신한은행의 경우 책무구조도를 내는 데 있어 수장 교체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했던 셈이다.
통상 금융그룹은 연말 계열사 사장 및 임원 인사를 하고 해가 바뀐 후 직원 인사도 단행하는 경우가 많다. 인사 후 조직과 영업 상황을 파악하는 데 한 두달을 쓰고 나면 사실상 1분기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지나간다. 이 때문에 주요 금융그룹은 인사 시기를 앞당기는 사례가 늘었다. 미리 전열을 정비해 새해 1월부터 적극 영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신한금융 역시 이런 흐름을 따르고 있다. 과거엔 M&A를 통한 성장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진옥동 회장 체제에서는 본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주주환원책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통상 1월 말 진행되던 직원 인사를 올해는 1월 초로 당겼다. 이번에 진행되는 사장단 인사 역시 예년보다 당겨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작년엔 12월 19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었지만 올해는 12월 초순 혹은 11월말까지 거론되기도 한다. 후속 인사의 간격까지 좁아지면 새해 시작에 맞춰 본격적인 영업 행보를 펼 수 있게 된다.
예년보다 이른 인사 절차가 진행되면서 신한금융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인사가 당겨지면 각 계열사 경영진과 임원 입장에선 실적을 쌓을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 통상 연말로 갈수록 북이 닫히고 영업 환경이 악화하는 점은 감안해도 몇 주 여유가 줄어드는 것은 부담이 크다. 상반기 몰려드는 기업금융 일감의 수혜를 누린 곳도 있지만, 그룹 위험가중자산(RWA)을 따지느라 영업에 어려움을 겪은 곳도 있다.
한 신한금융 계열사 임원은 "올해는 작년보다도 인사를 당길 것이란 소문이 나면서 인사의 직접 영향을 받는 임원들 사이에서부터 뒤숭숭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신한금융은 작년 인사 폭을 최소화했다. 진옥동 회장의 첫 인사고 9개 계열사의 CEO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대규모 변동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있었지만 안정을 택했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과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사장은 1년 연장 관례를 깨고 2년 임기를 부여받았고, 4년차 임원도 여럿 나타났다. 지주와 은행 임원의 계열사 영전이 막히자 내부 승진이 연쇄적으로 꼬였다.
올해는 14개 계열사 중 12곳의 CEO 임기가 만료된다. 진옥동 회장이 CEO의 중장기적 역할을 강조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로 2년 임기를 채우는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과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은 연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모든 CEO가 자리를 보전할 확률은 낮다. 2021~2022년부터 자리를 지킨 임원들의 거취도 관심사다. 올해 인사 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 인사의 최대 화두는 3년 임기를 채운 정운진 신한캐피탈 사장의 뒤를 누가 잇느냐였는데 1년 연임으로 결론났다. 올해 역시 가장 격전지는 신한캐피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적으로 가장 큰 자리다 보니 지주와 은행의 쟁쟁한 고연차 임원들이 벌써부터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규모 조직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임직원들도 사장 인사 향방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다른 계열사 임원은 "작년 인사를 최소화하면서 올해 고연차 임원들이 갈 만한 곳이 마땅찮아졌다"며 "카드와 라이프 사장이 바뀌지 않는다 치면 캐피탈이 가장 크다 보니 내부적으로도 경쟁이 치열한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