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복심은 누구?"…5대 금융지주 계열사 CEO 인사 본격화
입력 2024.09.26 07:00
    5대 금융지주, 임기 만료 앞둔 계열사 CEO 후임 인선 작업
    금융사고에 발목 잡히는 은행장 인사(?)…'회장님' 복심이 관건
    우리금융 등 회장 거취 논란에 연말 인사 '안갯속'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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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권이 2024년 말 대규모 인사 태풍을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5대 금융지주사가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사장(CEO) 후임 선정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가운데, 은행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CEO 중 누가·얼마나 바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오는 27일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해 후임 인선 작업에 들어간다. NH농협금융지주는 26일 이사회를 열어 지주 회장과 은행장 선임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개시한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미 지난 10일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를 열었다. 

      KB금융은 양종희 회장이 지난해 말 대규모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한 만큼, 올해는 인사 교체 폭이 작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작년 말 8개 계열사 CEO 중 6명이 바뀌었고 만 59.3세였던 KB금융그룹 CEO 평균 연령은 만 57.2세로 낮아졌다. 연임을 거쳐 3년 이상 재임한 CEO들의 상당수가 교체대상이 되면서다. 

      당시 연임에 성공한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된다. 지난해에는 신임 대표에게 한 차례 연임을 보장하는 2+1 원칙이 적용됐으나 올해에는 양종희 회장의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 홍콩 ELS 사태가 벌어지며 국민은행 시스템적으로 고위험 상품 판매를 부추겼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어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KB증권은 김성현·이홍구 공동 대표 체제를 유지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지난해 주요 KB금융 계열사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졌지만, KB증권의 경우 개편을 1년 뒤로 유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임펀드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박정림 전 대표 자리만 교체됐고, 이를 대체하는 이홍구 신임 대표는 다른 신임 대표들과 달리 1년의 임기만을 보장받았다. 김성현 대표와 임기를 맞춘 이유로 KB금융이 체제 전환을 모색할 것이란 시선이 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김성현·이홍구 KB증권 사장,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 김명원 KB데이터시스템 사장 등의 임기는 올 12월까지이며, 이환주 KB라이프생명 사장은 내년 초 임기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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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진옥동 회장이 계열사 CEO 인사를 소폭 바꾸는데 그쳤다. 올해는 진옥동 회장의 색깔을 보여줄 중폭 이상의 인사 교체가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작년엔 9개 계열사 10명의 CEO 중 신한 AI와 신한자산운용 대체자산부문 두 자리를 제외한 나머지 CEO들은 전원 연임되었다. 올해는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라이프, 신한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를 포함해 12개 계열사 CEO가 연말에 임기 만료된다. 

      신한은행의 경우, 금융사고가 발견된 타사 대비 잡음이 없다는 점이 정상혁 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상혁 행장이 연임을 하지 않은 첫 임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2+1 원칙이 적용돼 무난히 연임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은행보다는 조용병 전 회장 시절 기용된 인물들이 있는 타 계열사의 교체 가능성이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함영주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라는 점에서 큰 폭의 인사를 단행하긴 어려워보인다는 분석이다. 함영주 회장은 지난해에도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임기 만료된 계열사 중 7개사 CEO가 연임된 것. 하나금융 계열사의 CEO들은 함영주 회장의 임기와 다소 연동돼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하나금융그룹에서 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하나자산신탁, 하나저축은행,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하나에프앤아이, 하나금융티아이, 하나펀드서비스, 하나벤처스, 핀크 등 12개 계열사의 CEO가 연말에 임기 만료된다. 

      우리금융은 자회사 인사보다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임기를 채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부당대출에 현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당국의 압박이 거센 탓이다. 다른 시중은행들이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를 잇따라 열며 후임 인선에 들어간 반면, 우리금융은 자회사 대표이사를 선임해도 되는지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원칙대로라면 임종룡 회장의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상황이기 때문에 안정적 운영에 초점 맞춘 인사가 진행될 수도 있으나 인사 전망이 안갯속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조병규 우리은행장 역시 손 전회장의 부당대출이 이뤄진 당시 준법감시인이었다는 점 때문에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 계열사 중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자산신탁, 우리금융에프앤아이,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등 7곳의 자회사 CEO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농협금융은 올 초 선임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이 후임 인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농협금융의 지배구조 정점에는 농협중앙회가 있어 회장이 계열사 대표이사 선임에 미치는 입김이 강력하다는 평가다. 

      연말에는 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 농협생명 등 주요 계열사의 CEO가 모두 임기가 끝난다. 물밑에는 강호동 회장과의 관계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치열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석용 농협은행장 등은 올해 농협은행에서 네 차례나 금융사고가 적발된 탓에 연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시선이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금융사고가 많아서 주요 시중은행의 수장 자리가 교체될 것이란 시선이 있지만, 금융지주 회장의 인사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재 이사회 분위기상, 회장의 의사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