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인버스 투자하라" 실언에도 '안티' 밸류업 지수로 기회 날린 정부
입력 2024.09.26 10:45|수정 2024.09.26 10:47
    취재노트
    개미 지지도 끌어올릴 기회 날린 정부와 거래소
    밸류업 취지에 안 맞는 지수 구성에 운용업계 "실망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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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투세 도입으로 증시가 우하향한다는 신념이면 인버스에 투자하면 된다"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시행 여부를 두고 토론하는 자리에서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뱉은 발언이다. 금투세 시행으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일종의 해결책을 내놓은 듯 보이지만, 주가 하락 가능성에 대해 무신경한 듯한 발언에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이 거세다.

      금투세를 둘러싼 여야간 의견 대립은 연초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이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금투세를 폐지하겠다"라며 기습선언한 이래,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 폐지를 통한 국내 증시 활성화를, 야당은 금투세 유예 및 집행 필요성을 주장해오고 있다.

      야당 의원의 실언에 개인 투자자들의 공분이 이어졌는데 같은 날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가 만든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시장에 공개됐다. 윤석열 정부의 주된 금융정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다수의 펀드매니저들은 밸류업 지수 공개를 일종의 차익실현의 기회로 삼기 위해 정보를 묻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막상 뚜껑을 여니, '속 빈 강정'과 같았다. 시장이 기대했던 종목 구성과는 괴리가 컸다. 그간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덕에 주가가 오르는 등 반사이익을 보고 주주환원 계획을 잇따라 내놓던 금융주 비중은 전체 종목의 10%에 불과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제외됐다. 되레 시가총액 1,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해당 지수에 포함됐다.

      운용업계의 실망감은 적지 않은 분위기다. 수익성을 선정 기준으로 둔 반면 성장성은 크게 고려되지 않았고 해외 비교기업 대비 저평가됐다고 설명하기 어려운 종목들이 포함돼서다. 또한 주주환원책도 배당수익률을 고려하기 보단 실시 여부만 따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기자회견에서 제기된 질문에 대해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을 총괄하는 한 거래소 담당자는 "지수 구성에 있어 특정 기업이 포함됐는지 여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발언했다. 이와 무색하게 25일 기준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지 못한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의 주가는 전일 대비 각각 4.76%, 3.19% 하락했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시장의 기준과 거래소의 밸류업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라며 "배당 확대와 적극적인 이익 소각을 통한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과 주주가치 제고를 꾸준히 이행할 은행지주들의 의지와 능력은 본질적으로 변함 없다"라고 평했다. 또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기존 지수들과 다를 바 없다"라며 "이런 지수 종목 구성이라면 원래 한국 증시가 전반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점을 거래소가 인정하는 수준"이라고 인상평을 남겼다.

      해외 투자자들의 반응도 미지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거래소는 국내 투자자들 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이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참여할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쳤다. 해외 투자자를 주로 상대하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결과물이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라며 "향후 지수 관련 인덱스는 단기 수급 영향 정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국민들의 지지가 필요한 정부 또한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간 밸류업 프로그램은 정책상 필요성과 별개로,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과와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것이 사실이다. 자칫 국내 증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야당이 무심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발언을 지렛대 삼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여론을 결집할 수 있던 기회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밸류업 지수가 시장 기대감에 미치지 못하면서 그 동력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