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전 막는 美 웨스팅하우스...'대주주' 브룩필드의 국내 투자 행보에 영향줄까?
입력 2024.09.27 07:00
    취재노트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침해 주장, 한국 원전 수출의 걸림돌로
    대주주 브룩필드, 국내 투자 행보 늘리고 있어 민망한 상황
    한수원·웨스팅하우스간 갈등 넘어, 韓-美 정부간 해결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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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의 원전 기술이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암초가 등장했다. 미국의 원자력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의 체코 원전 수출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웨스팅하우스의 대주주인 브룩필드는 국내에서 투자 행보를 늘리고 있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최근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의 팀코리아 컨소시엄이 체코에 수출하려는 APR-1400 원자로에 자사 기술이 무단으로 사용됐다고 주장하며 체코 당국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는 한국의 원전 수출 전략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한국은 APR-1400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모델이라며 맞서고 있다. 양측 간 대립이 첨예한 상황이다.

      관련업계에선 최근 한국 원전 업계가 국제 수주전에서 웨스팅하우스를 압도하는 성과를 거두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웨스팅하우스가 기술 침해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간 기술 패권 다툼의 일면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로 웨스팅하우스의 대주주인 브룩필드에 대한 반정서가 부상할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브룩필드가 2018년에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하고 난 후부터,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간 분쟁이 잦아졌다는 설명이다.

      브룩필드 한국 법인은 국내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웨스팅하우스와 한국수력원자력간 갈등이 달갑지 않다. 브룩필드는 최근 몇년간 한국의 인프라·기업 투자 시장에서 큰 손으로 부상했다. 조 단위 규모의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거래와 데이터센터 개발 사업 등에 활발한 투자 활동을 펼치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24조원 규모 체코 신규 원전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직접 체코로 출국했다. 정부 입장에선 사활을 걸고 있다. 원전 수주가 잘못된다면 브룩필드가 한국 정부와의 관계가 미묘해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다만, 원전은 국가간 자존심이 걸려있는 만큼 결국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간 협의가 사태 해결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웨스팅하우스 역시 원전이 국가 기간사업인 만큼 주요 결정에 있어서는 미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외적으로는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이 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양 국가간 물밑 협의가 한창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주주인 브룩필드의 영향력 역시 미국 정부에 비하면 제한적이란 목소리가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원전 기술 분쟁의 원인으로 브룩필드가 포화를 맞고 있다. 국내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한국 법인 입장에선 신경이 쓰일 것"이라며 "다만, 사안의 심각성은 대주주인 브룩필드의 영향력을 벗어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