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단의 건설사 평가, 롯데건설이 포스코이앤씨보다 높은 이유
입력 2024.09.27 07:00
    올해 시공순위 포스코 7위, 롯데 8위
    대주단 선호도는 롯데가 포스코 '위'
    롯데, 그룹 지원 의지 크고 재무 개선중
    체질 개선 포스코, 건설 지원 여력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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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건설사 시공능력순위 7위와 8위에 해당하는 포스코이앤씨와 롯데건설의 대주단 내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토목·건축 시평액 기준으로 포스코이앤씨가 롯데건설보다 순위가 높지만, 대주단의 선호도는 롯데건설로 기운다는 평가다. 건설사 자체보다는 그룹사의 재무 여럭과 사업 방향성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국토교통부가 매년 7월 말 발표하는 건설사 시공능력순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토건 시평액 9조1125억원을 기록해 7위, 롯데건설은 6조4699억원을 기록해 8위에 올랐다. 토건 시평액은 건설사의 시공능력평가액으로 전년도 공사실적과 경영상태, 기술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된다. 

      토건 시평액이 10조원을 넘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을 제외하면, 현대엔지니어링과 DL이앤씨, GS건설 등이 포스코이앤씨와 함께 9조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시공 순위상 이들 건설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 대주단은 포스코이앤씨를 사실상 롯데건설과 동일한 그룹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현재 수도권 내 PF 사업장의 선순위 금리 역시 두 건설사가 동일한 수준에서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주단 내에서 삼성과 현대가 1군으로 본다면, 포스코와 롯데는 2~3군 정도로 보고 있는데 선호도 자체는 롯데가 더 높은 상황"이라며 "수도권 PF 사업장 선순위 금리가 1군이 6%대 정도라면, 이들 건설사들은 50~100bp 정도가 더 높은 수준에서 형성된다"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와 롯데건설의 신용도는 A+로 동일하지만, 전망은 각각 '안정적'과 '부정적'으로 포스코이앤씨가 더 높다. 우발채무 역시 올해 1분기 기준 포스코이앤씨가 약 6000억원, 롯데건설이 약 4조원으로 롯데건설이 크게 높다. 그럼에도 대주단의 선호도가 롯데건설로 기우는 이유는 그룹사의 영향력 때문이란 설명이다.

      롯데건설은 2022년 IFRS 전환 과정에서 계약부채가 증가하고 리스를 부채로 인식하면서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109.8%에서 264.8%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이후 부채를 꾸준히 줄여나가며 올 1분기 기준 215.2%까지 줄었다. 총차입금 역시 2022년말 4조원 수준까지 늘었으나, 이후 PF유동화증권을 시장에 재매각하는 등 상환에 나서며 올해 6월말 기준 2조4000억원 수준까지 줄었다.

      올 3월에는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과 2조3000억원 규모의 공동펀드를 조성해 PF우발채무도 상당부분 축소했다는 평가다. 롯데건설은 해당 펀드에 만기 연장이 필요한 채무를 편입시켜 단기 유동성 리스크를 상당부분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재 약 4조원 규모의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 규모 대비 업계의 우려는 크지 않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현재 우발채무의 약 절반 가량이 2025년 2분기 이후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당장의 유동성 이슈는 크지 않다"라며 "그 중에서도 본PF 전환 예정 사업장 등을 고려하면 그 규모는 업계에서 예상하는 수준보다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2021년 이후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 119%였던 부채비율은 지속 증가해 올해 1분기 기준 136.5%까지 늘었고, 차입금의존도 역시 같은 기간 11.8%에서 20.9%로 약 2배가량 증가했다. 

      건설사업에서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현금흐름 상황도 좋지 않다. 기업이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 중 세금과 영업비용, 설비투자액 등을 제하고 남은 현금을 뜻하는 잉여현금흐름(FCF)이 2021년 2910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마이너스 4179억원을 기록했다.

      그룹사인 포스코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포스코는 현재 철강과 2차전지의 두 사업축을 중심으로 사업구조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 2차전지는 원자재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생산라인과 플랜트 투자는 '캐즘'의 영향으로 축소하는 추세다. 이는 포스코의 플랜트 수주 영향권 아래 놓인 포스코이앤씨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단 설명이다.

      한 증권사 커버리지 담당자는 "포스코이앤씨는 통상 매출의 절반 가량이 포스코그룹에서 나오는데, 최근 포스코가 투자 속도를 조절하면서 플랜트 수주가 줄었다"라며 "남은 것은 건축사업인데, 건축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수익성이 낮아 당분간은 재무 지표가 개선될 여지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과거 포스코의 계열사 '꼬리자르기' 전례도 일부 영향을 미쳤단 평가다. 포스코는 2015년 비핵심 자산 매각 등 사업 구조조정을 통한 재무구조를 단행하면서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재무적 지원을 중단한 바 있는데, 당시 이를 두고 한국신용평가는 "포스코건설(현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포스코의 유사시 지원가능성을 감안한 기존의 'Uplift 1 Notch'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평가한 바 있다.

      반면 롯데건설의 모회사인 롯데케미칼은 2009년 2000억원, 2011년 3000억원, 2022년 1782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롯데건설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도 롯데건설에 대한 그룹의 지원의지를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 대주단 관계자는 "롯데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동일한 그룹에 놓인 것 자체가 대주단의 포스코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회장이 바뀌고 체질 개선을 진행하고 있는 포스코는 과거 플랜텍 '꼬리자르기' 전례가 있다 보니 롯데와 일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