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법 추진에…SKㆍ두산 등 증인 소환 여부 '촉각'
입력 2024.09.30 07:00
    밸류업 맞서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법 추진
    정무위·산자위·기재위, 기업 총수 출석 요구
    SK·두산 등 올해 합병·분할 사례 집중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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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야당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제22대 국회 첫 입법과제로 '기업지배구조 선진화법'(상법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삼성물산ㆍLG화학부터 최근 두산밥캣ㆍSK이노베이션에 이르기까지, 반복되는 합병ㆍ분할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대기업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이다.

      야당 소속 의원 12명은 이달 '경제개혁 의원모임'을 결성하고 첫 입법 과제로 기업지배구조 선진화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모임에는 김현정(정무위원회), 김남희(보건복지위원회), 오기형(기획재정위원회), 정준호(국토교통위원회) 등 각 유력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참여했다. 

      의원들은 이날 기업지배구조 선진화법의 주요 내용으로 이사회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집중투표제 확대, 이해충돌 안건에서의 지배주주 의결권 제한, 합병ㆍ분할시 '소수주주 다수결' 절차 확립 등을 제시했다. 

      야당은 이 과정에서 올해 7월 논란이 된 대기업 합병ㆍ분할 사례를 집중 조명하고 나섰다. 자산가치 및 매출이익을 반영하지 않은 합병 비율로 시장의 의혹을 샀던 SK이노베이션-SK E&S,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가 대표적이다. 배당 여력이 있음에도 자진상장폐지를 추진했던 중견기업 신성통상의 경우도 문제 삼았다.  

      과거 사례도 거론됐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촉발된 국민연금공단의 손실 문제와 2022년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및 상장 사례도 현행 상법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이에 야당은 이번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기업 대표들을 증인으로 소환해 직접 입장을 듣겠다는 방침이다. 

      야당은 여러 상임위에서 대기업 총수들의 증인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정무위와 산자위에서는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과 두산에너빌리티 박지원 회장을, 기재위에서는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을 각각 증인으로 신청했다. 최 회장은 이혼 소송 과정에서 불거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김 회장은 조세회피 의혹이 있는 국가에 해외법인을 설립한 의혹과 관련해 각각 증인으로 지목됐다.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법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정책에 대응하는 성격이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배구조 정상화 없는 밸류업은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기치를 내세워, 정부의 경제 정책 주도권을 나눠갖겠다는 복안이다. 당론 차원에서도 이를 적극 지지하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감을 앞두고 야당이 일부 대기업들을 집중 거론하면서, 총수들의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는 까닭이다. 

      야당 중에서도 유력 상임위원회 소속이 나선 탓에, 몇몇 기업 총수들은 출석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러 상임위에서 집중을 받고 있는 두산그룹과 SK그룹에 대한 요청의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은 합병 논란과 체코 원전 '덤핑 수주' 논란, SK그룹은 합병 문제와 비자금 의혹으로 주목받고 있다.

      야당 기재위 관계자는 "4대 기업 총수를 전부 국감장으로 부르겠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다수 상임위에서 '중복 신청'된 기업에 대해서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관 및 일반 증인 명단은 여당인 국민의힘 간사 등과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최종 채택이 결정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여당 의원들은 기업인 소환은 자제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여야 간사들은 이달 말까지 회동을 갖고 국감 일정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