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證 전체 주관 1위 수성…NH證과 격차 벌려
쏟아졌던 금융사 공모채 주관하며 실적 고삐
SK㈜ 회사채 주관한 것도 한몫…"이번엔 KB차례"
금리인하 기대감 1년 내내 이어지며 유동성 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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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이 올 3분기까지 집계된 회사채 주관 실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금융사들의 자금조달이 유난히 많았던 가운데 발 빠르게 주관 자격을 따냈단 평가다. 3분기에도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견조해 회사채시장을 두드리는 기업들의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2024년 3분기 누적 기준 채권자본시장(DCM)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증권사가 주관을 맡은 무보증 공모회사채(일괄신고 제외) 61조9161억원으로 나타났다.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기관투자자들의 채권 선호 현상이 지속되자 지난해 시장을 관망하던 기업들이 대거 채권시장을 찾고 있다. 미국 대선 결과 등이 변수로 부상하면서 그 전에 조달을 마무리할 필요성도 있다.
각 증권사가 DCM 등 정통 커버리지 영역을 집중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KB증권이 현재까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KB증권은 총 230건에 13조5600억원을 주관하며 선두를 바짝 뒤쫓던 NH투자증권과 격차를 벌이는데 성공했다. 지난 2분기에 양사의 차이는 2조원이 채 안 됐으나 현재는 3조원 이상 난다. NH투자증권은 3분기까지 총 166건에 9조7833억원을 주관했다.
이번 분기에는 유독 금융사의 공모채 발행이 많았는데, KB증권이 이를 선점하며 경쟁에 앞선 것으로 풀이된다. KB증권이 3분기에 대표 주관을 맡은 기업들을 보면 한화생명보험,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금융사가 많다. 3000억원 규모의 키움증권 무보증사채에서는 단독 대표 주관을 맡았다. NH투자증권도 한화생명보험, 삼성증권 등의 발행에서 대표 주관사를 맡긴 했으나 금융사 비중은 비교적 작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현재 3년물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진 상황이다. 금융사들이 주로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 같은 경우는 통상 금리가 일반 무보증 공모채보다 높게 형성되기 때문에, 금융사 입장에선 발행하기 좋은 시기로 판단했을 것"이라며 "건전성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도 자금조달을 해야 했는데, 이에 증권사들이 금융사 영업에 주력한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양증권·교보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이 전체 회사채 주관 순위에 이름을 올린 것도 주목할 만하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그간 금융사 영업에 힘쓰며 이들의 회사채 및 자본성증권 발행에 힘을 보태왔다. 금융사들이 채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자 이들도 덩달아 존재감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회사채 시장 큰손인 SK그룹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3분기에는 SK에코플랜트, SK㈜, SK지오센트릭, SK어드밴스드 등 여러 계열사가 회사채 시장을 찾았다. KB증권 1위 수성에는 4500억원 규모의 SK㈜ 공모채 발행에서 주관을 맡은 일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양호한 발행 환경이 계속되자 대기업도 적극적으로 회사채 시장을 활용하려는 분위기다.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삼성그룹이 오랜만에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SK어드밴스드 등은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하며 당초 500억원으로 발행하기로 했던 회사채를 1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키로 했다. 상반기에 자금을 조달했던 기업도 추가 발행을 검토하며 증권사와 논의를 이어가는 움직임이 관찰된다.
한 증권사 커버리지 관계자는 "사실 유동성이 줄어들어야 하는 시기인데 줄지 않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중 3분의 2 이상이 상반기에 차환된 것으로 알고 있다. 시중 자금이 상당히 쓰인 상황임에도 채권 선호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에 기업들이 지금이라도 발행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미국 대선 결과를 모니터링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결과에 따른 변동성에 영향을 받기 전에 발행을 마치려는 이유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