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풍년 맞은 인수금융 시장…8조 가스자산 소화될까 걱정까지
입력 2024.10.04 07:00
    빅딜 연이은 등장에 인수금융 시장 훈풍
    주선사, 십시일반 실적 나눠가질 전망
    가스 자산군 치우친 포트폴리오는 우려
    다른 가스 자산 이미 검토해 여력 없는 곳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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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모처럼 인수금융 시장에 일감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자산들이 한 시점에 쏠리는 데 대한 고민도 있다. 새로 등장한 빅딜이나 자본재구조화(리캡)·차환(리파이낸싱)까지 하반기 중 반도체향 가스 자산만 8조원 안팎을 소화해야 하는 까닭이다. 

      3분기 인수금융 시장은 금리 인하를 겨냥한 리파이낸싱, 리캡 거래가 이끌었다. 전체 모집주선금액 약 7조원 중 60%가 넘는 4조3000억원이 리파이낸싱·리캡 거래였다. 

      전방 인수합병(M&A) 시장에도 조 단위 신규 거래가 연달아 등장하고 있다. 각 4조원 안팎으로 거론되는 에어프로덕츠코리아와 SK스페셜티에 이어 고려아연 공개매수까지 일감이 끊이지 않는 형국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주선사 전반이 실적을 골고루 챙길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크다. 수조원대 빅딜을 단독으로 소화할 수 있는 주선사가 제한적이다 보니, 주선 경쟁에서 밀려나더라도 결국 은행과 증권사가 십시일반 실적을 나눠갖게 될 거란 분위기가 짙다.

      그러나 씨알이 굵은 거래 대부분이 반도체향 가스 산업에 속해 있어 역으로 부담을 표하는 목소리도 전해진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한 시점에 가스 업체에 대한 대출자산만 수조원씩 몰리면 소화가 힘들어진다"라며 "주선사는 물론 재매각(셀다운)을 받아가야 하는 기관투자자들도 자산별 비중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산별로 비중을 맞춰 위험노출액(익스포져)를 관리해야 하는 금융사 입장에선 단기간 내 특정 산업군에 대한 대출자산을 늘리는 자체가 부담일 수 있다. 대상 기업 특성에 따라, 금융사 방침에 따라 관리·분류 기준이 달라진다고 해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3분기까지 SK스페셜티와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등 삼불화질소(NF3) 업체 두 곳의 인수대금만 합해도 5조원을 훌쩍 넘긴다. 여기에 예비입찰 결과 발표를 앞둔 에어프로덕츠코리아에 대한 신규 인수금융과 DIG에어가스(전 대성산업가스)에 대한 리캡·리파이낸싱을 포함하면 하반기 중 가스 자산에 대한 주선 수요가 8조원에 달할 수 있다. 

      본입찰을 앞두고 출자확약서(LOC)를 제출하는 단계에 접어드는데 여력이 없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증권업계 인수금융 한 관계자는 "A 증권사의 경우 최근 자산군이 겹치다 보니 양사 중 한 곳에만 수요조사(태핑)중이다. 단기간 내 셀다운이 어려울 가능성 생각하면 미매각이 발생하지 않는 전략도 중요하다"며 "일부 금융사는 이미 회계장부 마감(북클로징)을 앞둬 보수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다른 가스 자산을 검토해 에어프로덕츠와 SK스페셜티는 여력이 없다"고 전했다.

      물론 가스 매물은 기관 입장에서 놓치기 아쉬운 매물로 꼽힌다. 인프라성 자산이라 실적이 탄탄해 부실 우려가 적다. 또 인수에 나선 운용사(GP)도 KKR, 칼라일,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시장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주력 플레이어다.

      다른 인수금융 담당자는 "인프라 자산을 선호하는 분위기"라며 "익스포져 노출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가스 자산 외에 돈을 벌 수 있는 거래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