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인캐피탈, FI로 4300억원 투입…크레디트 펀드 활용
고려아연 측 "투기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저지하겠다”
여전히 70만원 초반 주가…매수가격 상향 경쟁 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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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본격적인 반격이 시작됐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3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자기주식을 최대 18% 사들이기로 했다. 고려아연 측은 메리츠금융에서 1조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도 나서면서 실탄을 확보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고려아연과 우군 측의 공개매수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2일 고려아연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이사회를 열어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보통주 320만9009주(15.5%)에 대해 4일부터 23일까지(20일간)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1주당 매수가격은 83만원이다. 고려아연은 최소 5.87%, 최대 15.5%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고려아연의 자기주식을 포함한 공개매수 규모는 2조6634억원이다.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할 자기주식은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향후 자기주식을 임의로 제3자에게 처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단기적으로 금융부담이 수반되는 어려운 결정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보존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제고하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개매수는 글로벌 PEF 베인캐피탈이 우군으로 참여한다. 베인캐피탈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매수와 별도로 주식 인수에 나선다. 베인캐피탈은 고려아연의 경영이나 이사회에 관여하지 않는 순수 재무적투자자(FI)로 나선다. 베인캐피탈은 4300억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발행주식수의 2.5%에 해당하는 51만7582주를 취득할 계획이다. 베인캐피탈은 크레딧펀드가 투자하며 최 회장측 지분 15.6%에서 손실 담보가 잡혔을 것으로 관측된다.
고려아연은 이날 이사회에서 공개매수 자금 마련을 위해 메리츠증권을 대상으로 1조원 규모의 사모 회사채 발행도 결의했다. 해당 회사채의 금리는 7% 수준으로 알려진다. 고려아연의 신용등급(AA+)을 고려하면 ‘급한’ 상황에서 비교적 고금리에 발행이 이뤄졌다는 관측이다. 메리츠금융 그룹사들이 주도적으로 이 회사채를 인수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고려아연은 지난달 발행한 총 4000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CP) 등을 더해 약 2조원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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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등 최 씨 일가는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는 영풍정밀에 대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선다고 밝히며 반격 카드를 꺼내들었다.
2일 오전 법원은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정태웅 대표 등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이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진행 중인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간에도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MBK파트너스 측은 “오늘 판결은 자사주 매입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아니다”라며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는 정상 주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으로 배임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의 가처분 기각 판결 이후 2일 영풍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목적 공개매수(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고려아연 이사회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결의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하는 배임행위로 관련 절차의 진행을 중지시켜 달라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금일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당사의 자기주식 취득 가능액을 6조원이 아닌 586억원이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MBK파트너스와 영풍에 대해 민·형사상 모든 법적 책임을 진행한다”고 대응했다.
양측의 본격적인 공개매수 경쟁이 시작된 가운데 향후 공개매수가 인상 가능성도 주목된다. 2일 고려아연 주가는 71만3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영풍정밀의 종가는 2만5450원을 기록했다. 현재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은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에 대해 각각 75만원, 2만5000원의 공개매수가를 제시한 상태다. 고려아연 측은 각각에 대해 83만원, 3만원을 제시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풍의 장형진 고문과 그간의 오해를 해소하고 영풍과 고려아연의 협력적 관계 회복 등 두 회사가 직면한 제반 사항들에 대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허심탄회하게 상의하고 원만한 해결방안을 찾고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