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삼성전자에 대해 잇따라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이들이 내놓은 목표가 하향폭이 과도하다면서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다운 사이클에 취약하다는 부정적 전망 자체에는 의견을 함께하는 분위기다. 외국인들의 순매도세가 이어지며, 외국인 보유율도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식은 이날 6만원 초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9월 초 주가가 7만원대 중반을 오갔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한달 새 약 18%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지난 2일에는 장중 5만9900원을 기록해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6만원선까지 무너졌다.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대를 '터치'한 것은 지난 2023년 3월 16일 이후 약 1년 7개월 만이다.

글로벌 IB들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하향하면서 투자심리가 더 악화하는 모양새다. 모건스탠리가 지난달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하향한 데 이어 최근엔 맥쿼리도 12만5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목표가를 낮췄다. 미국 금융사 서스케하나는 목표가를 5만5000원까지 낮추기도 했다. 

외국계 금융사들이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낮추는 이유는 메모리 반도체의 업황 때문이란 분석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과잉에 따라 판매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삼성전자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도 엔비디아의 납품 지연에 따라 경쟁력을 잃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이 삼성전자가 글로벌 인력감축 계획의 일환으로 동남아시아,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해당 지역 인력의 약 10%를 해고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이러한 우려를 키우기도 했다.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순매도세도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 9월 3일부터 10월 2일까지 18일간 삼성전자를 총 8조8700억원어치 순매도했는데, 이는 연속 순매도 기간 중 최대 규모다. 외국인들의 연속 순매도 최장 기간은 지난 2022년 3월 25일부터 4월 28일까지 25거래일이었지만, 순매도 규모는 4조4217억원으로 한참 못 미친다.

외국인 보유율도 연내 최저점을 찍었다. 올 초 54%대에서 시작했던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율은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메모리 수급 사이클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에 56%대 중반까지 늘었다. 하지만 레거시 제품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살아나지 않고,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삼성전자에 대한 실적 기대치를 낮추면서 2일 기준 외국인 보유율은 53.75%까지 줄어들었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외국계 금융사들이 제시한 삼성전자의 목표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목표가 하락폭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서버 인프라 투자에 경쟁사 대비 뒤처지고 있고, 반도체 다운 사이클에 취약하다는 판단 자체에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증권가의 삼성전자에 대한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개월 전 43조9000억원에서 지난 2일 기준 40조4800억원으로 약 3조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1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스마트폰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한데 더해 메모리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IBK투자증권 역시 4일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이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11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을 하회하는 스마트폰 수요, 구형(레거시) 메모리 수요 둔화, 비메모리 적자 폭 확대와 경쟁사 대비 늦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진입까지 반도체 부문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라며 "환율 영향과 1조5000억원 규모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수익성 훼손을 야기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