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해지는 양측 조건…갈수록 변수 늘어날 듯
벌써 코스피 시총 25위…지수 내 비중 오르는데
패시브 비중 더 늘어날지도…제3의 매수 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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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83만원으로 올려 맞불을 놓자 주가가 치솟고 있다. 고려아연 덩치가 날로 커지는 형국이다. 양측 공개매수 조건을 두고 저울질하던 기관 사이에선 패시브 자금으로 인한 수급 왜곡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4일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기존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10.7% 인상했다. 마감일 들어 주가가 75만원 위로 치솟자 고려아연 자기주식 공개매수가에 맞춰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장중 79만1000원을 기록한 뒤 전일보다 8.84% 오른 77만6000원에 마감했다. 공개매수 경쟁으로 주가가 치솟는 전형적 국면으로 풀이된다.
연장전에 접어들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쏟아질 거란 분석이 많다. 그간 투자자들은 양측이 제시한 가격과 최소·최대 매수수량 등 구조를 두고 공개매수 참여에 따른 득실을 따져왔다. 그러나 갈수록 양측 조건은 유사해지고 있다. 어느 한쪽이 과반 의결권을 확보해야 끝나는 게임이라 언제든 새로운 강수가 등장할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배임 논란을 감수하고 매수가를 계속 끌어올려 상대 측의 과반 의결권 확보를 저지하겠다고 나서면 양측 다 발을 빼기 어려워진다"라며 "승패는 안 보이고 주가만 계속 올라갈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치솟는 주가 자체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증시 내 고려아연의 덩치가 커질수록 패시브 자금으로 인한 수급 왜곡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현재 고려아연 총 발행주식 중 유통 가능한 수량은 약 20% 남짓하다. 시장에선 이중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자금 규모가 5% 포인트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증시 전반이 부진한 가운데 고려아연 시총만 치솟다 보면 고려아연에 유입될 패시브 자금 규모도 덩달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고려아연 주가는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에 나선 뒤 11거래일 동안 40%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11조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은 4일 16조원을 넘어섰다. 유가증권시장 내 25위 규모로, 코스피200과 같은 주요 지수 내 비중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중이다. 현재 속도로 급등세가 이어지면 수일 내 20위권 이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지수 내 시총 상위 종목이라서 기계적으로 비중만큼 담아두려면 공개매수에 응하기는커녕 더 사모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신규 상장 종목이 지수 편입할 때 수준은 아니더라도 패시브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하면 왜곡이 불가피하다. 패시브 자금이 공개매수에 나선 두 세력 외 제3의 매수 주체처럼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급 왜곡이 주가를 거듭 끌어올리는 등 변동성을 더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공개매수 참여를 둔 기관들의 고심도 더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