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 앞둔 아시아나항공 매각자문 수수료 200억 육박…옛 CS팀에 주는 산은의 선물?
입력 2024.10.08 07:00
    CS가 받았던 기존 자문계약 UBS로 지위 이어받아
    최근 몇년간 주요 거래 가운데 상당한 규모
    '파는' 산업은행 대신 '팔려나가는' 아시아나가 부담하는 구조
    정산 받기까지 할인가능성도…특정 IB 몰아주기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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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며 그간 거래를 주관했던 매각자문사도 '거액'의 수수료를 챙길 예정이다. 

      당초 국적 항공사 통합을 이끈 자문사는 크레디트스위스(CS)였는데 이후 UBS-CS 통합 작업을 거쳐 UBS로 바뀌었다. 기존 자문 계약이 승계됐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는데 UBS가 계약당사자 지위는 이어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작업으로 UBS가 챙길 수익은 2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의 자문수수료 하향 추세를 감안할 때, 상당한 규모로 평가 받는다. 거래 규모도 컸지만 4년 가까이 기간이 소요되기도 했다. 그간 김앤장, 세종, EY한영 등 법무·회계법인들은 기업결합과 실사, 매각 작업 등에 참여하며 자문료를 정산받았지만 거래 성공 조건으로 보수를 받는 IB는 아직까지 받은 돈이 없다.

      수수료를 내는 주체는 대한항공이 아닌, '아시아나항공'이다. 

      이번 거래는 원래 2019년 아시아나항공을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증권 컨소시엄을 매각하는 형식으로 시작됐다. 이때 거래 규모는 2조5000억원, 매각 자문 수수료는 1% 수준이었다. 당시 구주를 매각하는 금호산업(3200억원)과 신주를 발행하는 아시아나항공(2조1800억원)으로부터 받기로 했다.

      이후 현대산업개발이 거래를 포기하면서 기존 구주거래가 사라졌다. 그리고 정부 주도로 2020년 11월 국적 항공사 통합 작업 형태로 거래가 재개됐다. 산업은행이 3자배정 유상증자 5000억원과 교환사채(EB) 3000억원 등으로 대한항공에 8000억원을 지원하고, 대한항공이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나항공의 1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이 도출됐다.

      결과만 놓고보면 산업은행이 대한항공 주요 주주로 참여하면서 증자를 단행했지만 매각과 관련된 실질 거래는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를 위한 신주발행이다. 이로 인해 신주발행의 주체인 아시아나항공이 수수료를 부담하는 형태다.

      M&A 업계 관계자는 "과거 매각 때는 구주와 신주 방식이라 자문 수수료 지급 주체가 둘이었지만 이번엔 신주 발행 주체가 부담할 것"이라며 "수수료는 200억원이고 매각 자문 외에 부수되는 여러 일까지 포함해 1% 이상의 수수료율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수수료 지급 대상을 두고 논란도 제기된다.  

      매각자가 아닌, 매각대상(Target Company)인 회사가 수백억원을 부담하는 형태다. 거래 주도는 채권자인 산업은행이 했고, 실질적인 이득은 대한항공이 보는데, 지출 부담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는 특이한 형태다. "재무상황이 어려운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논리로 매각을 시작해놓고 그 회사에게 자문수수료를 부담하라는 이상한(?) 논리가 적용됐다.

      이런 논란으로 인해 UBS가 수수료를 정산받기까지 변수도 남아있다. 오랜 기간 거래 구조와 당사자, 매각 주관 지위가 계속 바뀌었다는 점이 수수료 규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우선 수수료 정산 근거인 거래 당사자와 거래구조가 달라졌다. 일례로 2019년은 경쟁입찰이었는데 2020년은 수의계약이다. 신주 발행사가 수수료를 부담한다는 내용이 계약에 얼마나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담겨 있느냐도 중요하다. 거래 구조만 바뀐게 아니라 자문사도 바뀌었다. 당초 CS가 받아서 진행했던 거래였지만 글로벌 CS의 위기와 UBS의 합병 과정을 겪었다. CS 담당자들이 UBS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인력들이 빠지면서 자문의 질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니 UBS가 자문료 할인 없이 약속한 금액을 다 받을 수 있느냐가 IB들 사이에서는 관전 포인트로 꼽히기도 한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CS가 사라지면서 계약 관계를 UBS를 승계하긴 했지만 기존 CS 인력이 많이 사라진 상황이라 수수료를 당초 예정한 만큼 줄 수 있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본인들은 돈을 쓰지 않으면서 매각대상인 회사를 이용해 특정 IB에게 과다한 수익을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UBS로 합병되기 전 CS는 이경인 대표 진두지휘로 산업은행 거래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받아왔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매각도 역시 과거 CS팀이 맡아 매각자문사로 활동했다. 표면상으로는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 전반에 걸친 작업의 일환이어서 200억 규모의 수수료에 포함되어야 할 서비스지만, 화물사업부 매각이 장기간 길어지면서 추가 수수료 제공까지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