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주체로 나선 SK이노에…금융사, 안정적 수익 기대하며 참여
SK온 실적 개선이 변수…SK이노의 재무부담만 커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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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이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으로 신주를 증권사에 매각, 1조원을 조달한다. 이번 유상증자 이후 SK온의 기업가치는 28조원에 달할 예정이다. 몸값이 낙관적으로 책정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은 가운데 이번 거래에 참여하는 금융사가 얻을 득실은 무엇인지 따져봤다.
지난 2일 SK온은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등을 대상으로 1조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들 금융사는 특수목적법인(SPC) 등을 통해 SK온 신주를 인수한다. 한국투자증권이 4000억원, 신한은행·증권이 4000억원, KB증권이 2000억원을 매입한다.
신주 발행가격은 이전 프리 IPO(상장 전 투자유치)와 동일한 주당 5만5000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SK그룹이 이전 프리 IPO 당시 신주 발행가격을 희망한 영향이다. SK그룹 입장에서는 그동안 수차례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온 만큼 이전보다 기업가치를 크게 높이는 것도, 낮추는 것도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유상증자 후 SK온의 기업가치는 28조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SK온의 기업가치가 다소 고평가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K온이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상황에서 28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시장에 설득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에 책정된 SK온의 기업가치는 실적과 괴리가 있어보인다. 아울러 SK그룹이 약속한 수익률도 고정금리와 변동금리가 섞여 있는데, 금리 하락기여서 SK온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 증권사들이 이번 거래에 참여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분석된다. SK그룹과의 관계 강화 및 향후 딜 파이프라인 확보다. 이번 투자를 통해 SK온 IPO 주관사 선정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엿보인다. SK온이 아직 흑자전환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어, 추가 자금조달 등 잇따라 거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둘째, SK이노베이션의 등판으로 안정적익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거래의 주체로 SK온이 아닌, SK이노베이션이 나섰다. SK온의 보통주 가치가 떨어져 손실이 나면 SK이노베이션이 보장해 주는 구조다. 금융사들은 계약기간동안 5% 중반대의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안정적인 딜이란 설명이다. 이번 거래의 계약기간은 3년이다.
PRS는 정산 시기에 자산가격 변동분을 계약기업으로부터 보장받으면 되기 때문에 담보물의 가치보다는 계약상대방의 신용도가 중요하다. SK이노베이션의 우량한 신용등급(AA)으로 인해 금융사들은 하방 위험은 적으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관련업계에선 금융사들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SK온의 보통주를 담보로 ABCP나 ABSTB 등 단기물을 발행해 상당한 스프레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에 약속받은 수익률이 5% 중반대지만, 단기물 발행 금리는 3% 후반대로 예상돼 그 차이만큼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SK온이 향후에도 흑자전환에 실패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자금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년 뒤 PRS 계약 만기가 돌아오면 SK이노베이션이 1조원 규모의 SK온 보통주를 재매입할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SK온의 실적 개선이 지연된다면 SK이노베이션의 재무적 부담만 커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