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조선 상장 추진 본격화…워크아웃 기업 IPO 성공 사례 될까?
입력 2024.10.08 07:00
    내년 하반기 상장 목표, 시총 1조원 예상
    투자회사인 KHI그룹이 대주주
    2009년 워크아웃 후 지난해 흑자전환
    "中 저가 선박 공습에 인력난 해소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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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중형 조선사 대한조선이 본격적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 준비에 착수했다. 조선업 호황 국면을 맞아 흑자전환을 달성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중국 조선업체들에 밀린 가격 경쟁과 인력난, 은행의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한도 등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조선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지난달 23일 KB증권과 NH투자증권을 대표주관회사로, 신영증권을 공동주관회사로 하는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했다. 주관사들은 내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본격적인 실사 및 킥오프 미팅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는 상장 후 시가총액을 1조원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한조선은 중대형 탱커선(유조선) 건조를 주력으로 하는 전라남도 해남에 위치한 중형 조선사다. 국내 조선소 중 삼성중공업과 함께 수에즈막스급 탱커선(약 15만톤급 규모)이 주력 선종이다.

      대한조선의 모태는 1987년 설립된 신영조선공업이다. 2004년 대주그룹이 인수했지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채권단이 매각에 나섰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하며 2011년부터 대우조선해양이 위탁경영을 시작했다. 이후 2014년 기업회생절차를 신청, 이듬해 회생절차를 졸업한 이후에도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다 2022년 8월 KHI그룹이 2000억원(지분 95%)에 인수했다.

      KHI그룹은 김광호 전 모나리자 회장이 설립한 투자회사다. 인수 당시 KHI그룹은 전략적 투자자(SI)로 700억을, 한국투자PE와 SG PE는 재무적 투자자(FI)로 1300억을 투자했다. FI의 인수금액인 1300억 중 500억원은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만들어진 펀드인 기업구조혁신펀드를 통해 조달했다.

      강도높은 구조조정까지 겪었던 기업인 만큼 관련 업계에선 대한조선의 IPO의 성패에 대한 관심도 크다. 워크아웃까지 갔던 기업이 성공적으로 상장한다면 구조조정의 성공적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워크아웃 졸업 후 성공적으로 상장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한조선과 비슷한 시기인 2008년 워크아웃을 신청했던 반도체 부품 기업인 테라셈은 2014년 상장했지만 2022년 끝내 상장폐지 됐고, 2015년부터 4년간 워크아웃을 거친 플랜텍(옛 포스코플랜텍)은 상장에 도전했지만 올해 4월 거래소로부터 상장심사 미승인 결정을 받았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주로 하는 운용사들이 대한조선 IPO를 눈여겨보고 있다"며 "워크아웃까지 갔던 데다 캠코의 기업구조혁신펀드 도움까지 받았던 만큼 성공적으로 상장한다면 구조조정 업계의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한조선의 경우 최근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작년 흑자전환을 이뤄낸 만큼 상장 자체는 큰 문제가 없을 거란 평가가 나오지만, 최근의 실적 상승세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국내 조선소들보다 약 10~15% 가까이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중국 조선소들이 수주를 쓸어가고 있어서다. 중형 조선소들은 중국 조선소들과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아 국내 대형 조선3사 (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가 누리고 있는 '슈퍼 사이클' 호황을 충분히 누리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조선업의 고질적 문제인 인력난 또한 해결하기 어렵단 분석이다. 현장의 부족한 숙련공들마저 대형 조선소들로 넘어가면서다. 중국 조선업체들 대비 경쟁력 있던 품질 또한 숙련공 부족으로 인해 품질이 저하됐다는 평가 또한 나온다. 다른 중형조선소인 대선조선이 지난해 10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주된 원인 또한 인력난에 따른 인건비 상승이 꼽힌다. 이밖에 신규 수주 계약 체결시 필요한 은행의 선수금환급보증(RG) 또한 대형 조선소들 대비 발급이 어렵다는 점 역시 중형 조선소의 대표적 한계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은 2~3년 전에 수주한 물량에 따라 실적이 결정되는 만큼, 상장 시점까지는 실적이 계속 우상향할 확률이 높다고 본다"며 "다만 (중국 선박에 비해) 높은 가격 대비 품질은 그만큼 좋지 않다는 평가가 계속 나오고 대한조선이 주력으로 하는 중대형 탱커 선주들이 탄소중립 이슈로 투자를 굉장히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점은 중장기적으론 부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