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전자' 위기감 연동된 가스 빅딜 M&A…불안감에 가격 깎고, 매각 철회까지
입력 2024.10.08 11:49
    삼성전자 부진 속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매각 중단
    인프라산업 몸값으로 번지는 전방 반도체 불안감
    효성화학 특수가스도 조정…시선은 SK스페셜티로
    과거 거래는 물론 PEF 회수 작업도 영향 불가피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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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을 달군 반도체향 가스 산업 거래에서 연이어 잡음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평택 5공장(P5) 공급사 지위를 내세운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매각 작업이 돌연 무산된 데 가운데 효성화학 특수가스, SK스페셜티 등 비슷한 매물의 몸값도 도마에 오른다. 성역처럼 여겨지던 전방 반도체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관련 인프라 산업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8일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매각 중단 소식을 접한 투자업계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를 내비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 인수전 이후 최대 거래로 꼽혔던 만큼 원매자들은 물론 자문·주선 기관의 기대가 적지 않았던 탓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 적격후보 선정을 앞두고 원매자들과 출자확약서(LOC) 제출을 논의하고 있었는데 뉴스로 철회 소식을 접했다"라며 "전방 반도체 업황이나 고객사 사정에 비해 기대 몸값이 너무 높다는 말은 많았으나 갑자기 무산될 줄은 몰랐다"라고 전했다.

      단순히 주목도 높은 빅딜이 종적을 감춘 것 이상의 혼란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방 반도체 업황 문제로 시장에 쏟아진 비슷한 거래들이 줄줄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매각 철회 소식 직후 9일 삼성전자는 시장 기대를 대폭 밑도는 3분기 잠정 성적표를 내놨다. 두 달 전 9만원대 복귀를 점치던 주가는 6만원 선을 겨우 지키고 있다. 회복하는 듯하던 반도체 업황이 재차 고꾸라지며 수익성 회복이 늦춰지자 국내외 신증설 계획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투자업계에선 삼성전자의 부진이 철회된 거래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통상 산업용 가스 사업의 경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 고객사 확보 여부에 따라 몸값이 책정되는 편이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삼성전자 P5 신규 공급 계약을 앞둔 것으로 전해지며 기대 몸값이 5조원까지 치솟았었다. 그러나 해당 공장의 가동 시점이 불투명해지자 최근 원매자 전반이 눈높이를 3조원대로 낮춰 잡던 상황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가 역시 최근 10% 안팎 조정을 거친 것으로 확인된다. 당초 IMM프라이빗에쿼티·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분할 사업부 지분 100%를 1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으나, 업황에 비해 비싸다는 시각이 많았던 탓이다. 자연히 SK그룹의 SK스페셜티 매각가도 이목을 끌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산업용이건 특수가스건 전방 고객사 업황 노출도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뿐 몸값을 결정하는 방식은 유사한 구조"라며 "지금까지는 반도체 산업이 장기 우상향한다는 전제 덕에 안정성과 성장성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했지만, 그런 매력이 희석된다는 신호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작년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매각전은 물론 내년 예정된 DIG에어가스 등 잠재 거래까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거래 역시 P5 공급 가능성을 내세워 높은 몸값을 끌어냈던 데다, DIG에어가스는 에어프로덕츠코리아와 함께 P5 공급 계약을 앞둔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인수금융 주선기관 한 관계자는 "반도체향 인프라 사업에 대한 눈높이가 바뀌면 과거 진행된 거래들도 가격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관련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회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