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반등 가능성 미미…유럽 법원 구조조정 가능성 거론
영국·EU 법정 선택에 따라 구조조정 절차 달라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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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유럽 자전거 회사 악셀그룹을 인수하며 일으킨 인수금융을 두고 국내 대주단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KKR은 채무 탕감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주단 입장에선 이를 손실 처리해야 해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논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유럽 현지 법원을 통한 악셀그룹 구조조정이 최후의 해결책(?)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KR과 악셀그룹 인수금융 대주단은 여전히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KKR은 악셀그룹 인수 당시 일으킨 인수금융 대출의 80%를 줄여달라고 요구했는데, 이는 원금의 20%만 갚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대주단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보니 현재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논의의 핵심은 탕감 비율이다. KKR 측은 가능한 부채를 줄여야 한다. 악셀그룹의 악화한 재무 사정을 고려하면 기업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도 있다. 최대한 대출을 회수해 손실을 줄여야 하는 대주단 측은 난처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해당 투자가 이뤄진 지 겨우 2년 남짓이 된 시점에 대출금 전액을 잃게 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대주단 관계자는 "결국 탕감 비율이 협상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아직도 구체적인 비율조차 논의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악셀그룹의 경영 상황이 급격히 악화한 것이 이번 갈등의 배경이다. KKR이 2022년 악셀그룹을 인수한 후 1년 만에 회사의 매출은 10% 감소했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90% 급감했다. 유럽의 경기 둔화와 ESG 열기 감소 등이 실적 부진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악셀그룹의 신용등급을 연이어 하향 조정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안에 악셀그룹 인수금융의 디폴트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고 피치는 장기 신용등급을 'CCC'로 낮췄다.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악셀그룹이 기업회생절차를 밟아야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대주단은 대출금 회수를 위해 법정의 조정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이때 영국 법원으로 가느냐, 유럽연합(EU) 법원으로 가느냐에 따라 구조조정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조정 비율이나 동의 조건 등이 각 법정의 절차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채무조정에 있어 각 법원의 결정이 다를 수 있는데, 법원 특성에 따라 채권자들의 권리 보호 정도나 구조조정의 유연성 등이 다르다"라며 "어떤 법원의 판단을 받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나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이번 사태로 인한 국내 금융권의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이 대표 주관한 3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은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전량 매각됐다. 대주단에는 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을 비롯해 신한은행, DB손해보험, 현대해상, 한국투자증권, 수협중앙회, 메리츠화재, KB증권, 신한캐피탈, 하나은행, KB은행 등이 있다.
이슈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으면서 신한투자증권도 면을 구긴 상황이다. 해당 거래는 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이 주축이 된 신한 GIB가 앞장섰는데, 당시 공격적으로 글로벌 확장을 꾀하고 있던 신한금융그룹이 ‘빅딜’로 내세운 거래이기도 하다.딜에 이슈가 생기면서 현재 신한투자증권 내부에서도 연말 인사를 앞두고 난처한 분위기다.
해당 인수금융 거래에서 중간 비히클 역할을 한 보고펀드자산운용도 입장이 난처해졌다. 보고펀드 측이 이름을 빌려준 딜이 문제가 터지면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거래로) KKR도 국내에서 평판 훼손과 더불어 국내 금융사들과의 관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라며 “KKR이 투자자들과 소통이 미흡했다는 점에 투자자들이 난색을 보이고 있지만, KKR 측은 사실상 투자자도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라 단기간 내 문제가 해결되긴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