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국감 '단골손님' 예약했는데…'절반의 성공' 거둔 쿠팡 대관
입력 2024.10.14 07:00
    쿠팡, 산자위·환노위·농해수위·보복위 등 출석
    기존 거론됐던 정무위·국토위·기재위는 빠져
    예년보다 출석률 높지만…큰 이슈 빗겨갔단 평
    2020년부터 정치권서 인력 영입하며 대관 강화
    국감 앞두고 고려아연 이슈 터지며 '운'도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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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일찌감치 국정감사 '단골손님'을 예약했던 쿠팡의 출석률이 예상치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예년보다 출석 상임위가 늘긴 했지만 주요 이슈들에 상당수 빗겨갔다는 점에서 쿠팡의 대관 조직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다만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등 대형 이슈에 묻힌 측면이 있어 대관 조직만의 '공(功)'은 아니란 분석이다. 종합감사에서 추가 증인 의결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쿠팡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보건복지위원회(보복위) 등 4개 상임위에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환노위 한 곳만 출석했던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출석률이 높아졌다.

      산자위에는 김명규 쿠팡이츠 대표가 배달앱 중개 수수료 관련 문제로 지난 8일 중소벤처기업부 감사 증인으로 출석했다. 기존 강한승 쿠팡 대표가 소환됐지만, 감사 전날 김 대표로 변경됐다. 환노위에는 지난 10일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와 홍용준 쿠팡CLS 대표가 잇단 산재 사망사고와 노동탄압 의혹으로 국감장에 섰다.

      이 밖에도 주성원 쿠팡 전무는 지난 8일과 10일 각각 농해수위와 보복위 국감에 출석해 금지품목 유통과 의약품 불법거래 등에 관한 질의를 받았다.

      당초 쿠팡은 기출석한 상임위를 제외하고도 정무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등에 출석할 가능성이 거론된 바 있다. 지난 8월에는 야당 의원실을 중심으로 '쿠팡 불법 근절을 위한 대토론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당시 토론회에서는 쿠팡의 노동 문제, 입점업체화의 불공정 거래, 독과점 문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도입 등 다양한 이슈가 제기됐다.

      현재 쿠팡은 당시 제기됐던 이슈의 상당수를 빗겨갔단 평가다. 특히 온플법 관련으로 정무위 국감 출석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21일 공정거래위원회 감사 증인 명단에서 빠졌다. 피터 알덴우드 애플코리아 대표, 김경훈 구글코리아 대표, 피터 얀 반데피트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포함된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21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여야 간사 합의 하에 추가로 증인 채택 가능성이 남아있다. 25일 예정된 종합감사에 출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년보다 쿠팡의 증인 출석 상임위 자체는 늘었지만, 이슈를 넓게 보면 예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관 조직이 일부 제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국회 관계자는 "쿠팡의 노동 이슈는 사실 꾸준히 제기돼 왔던 문제고, 배달앱 수수료 이슈는 비단 쿠팡만의 문제가 아니란 점을 고려하면 대관 조직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본다"라며 "작년보다 시끄럽긴 하지만, 국감 전 분위기를 생각하면 선방한 편"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지난 2020년 추경민 전 서울시 정무수석을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추경호·김종석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실의 보좌관들을 잇따라 영입하는 등 대관 조직 강화에 공을 들여왔다. 이 국회 보좌진들은 당 내에서도 인맥과 경력이 상당한 배테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를 대관 조직의 공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국감을 앞두고 MBK파트너스·영풍과 고려아연 사이의 경영권 분쟁 사건 등 대형 이슈가 터짐에 따라 다른 이슈들이 묻히면서 쿠팡도 '덕'을 봤다는 설명이다. 22대 국회 첫 국감인만큼, 기업 보다는 정치 이슈가 더 주요하게 다뤄졌던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국정감사 증인 및 참고인 출석을 요구하기 위해 열린 정무위 회의에서 여야 정무위원들의 주된 논의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국민권익위원회에 집중됐다. 사전에 여야 간사간 협의를 거친 증인 명단을 의결하는 회의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쟁에 금융과 기업 등 정무위 주요 이슈가 묻힌 모양새였다.

      한 정무위 관계자는 "쿠팡이 처음에 증인 명단에 있었지만, 여야 간사간 협의 과정에서 빠진 것으로 안다"라며 "간사 협의는 여야 간사 둘만 있는 자리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다른 큰 이슈들에 묻혀 우선순위가 뒤로 밀린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