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證 선물매매로 1300억 금융사고...한국판 베어링스 사태?
입력 2024.10.13 14:53
    ETF LP 담당 부서에서 선물 매매하다 8월 초 대규모 손실
    '스왑거래' 허위 보고하고 매매 지속하다 손실 규모 커진 듯
    증권가선 "일반적인 통제 시스템 작동되지 않은 듯" 한 목소리
    연말 그룹 인사에 관심...'사고 책임' 어느 선까지 물을까
    • 신한證 선물매매로 1300억 금융사고...한국판 베어링스 사태? 이미지 크게보기

      신한투자증권에서 1300억원 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상장지수펀드(ETF)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유동성공급자(LP)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편법적으로 선물 매매를 하다 대규모 손실을 낸 것이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반응이다. 내부통제 시스템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이르면 내달 단행될 계열사 인사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11일 오후 금융사고 사실을 공시했다. 지난 8월 2일부터 이달 10일까지 'ETF LP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로 과대 손실을 봤다는 내용이었다. 이 과정에서 손실을 감추기 위해 허위 스왑거래가 등록됐던 사실도 확인됐다. 신한투자증권은 현재 내부 감사를 진행 중이며, 손실 금액은 회계에 반영하고 필요시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건은 홀세일그룹 국제영업본부 산하 법인선물옵션부에서 일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부서는 장내파생상품의 유동성공급(LP)과 시장조성(MM), 차익거래(HFT 등)를 담당하는 부서로, 운용사와 계약한 ETF에 매수ㆍ매도 양쪽으로 주문을 넣어 거래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사건은 해당 부서의 일부 실무자가 LP 업무와는 무관하게, 보유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장내 선물 매매를 하다 발생했다. 사건이 벌어진 건 8월 초로, 당시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하루만에 코스피가 10%, 코스닥이 12% 급락하는 등 큰 변동성이 발생했다. 급변동 장세에서 레버리지(차입)를 일으켜 매매하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며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코스피200 선물 매매의 레버리지 효과는 현물 시장의 7배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이해할 수 없는 손실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선물 델타(Delta;기초 자산 가격 변동에 따른 옵션 가격 변화)만으로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나는 게 일반적인 시스템 아래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선물을 한쪽으로 포지션 잡고 매매하다 지난 8월5일 '블랙먼데이'에 말려들며 손실이 난 것으로 전해들었다"며 "이후 해당 건을 '스왑헷지'라며 허위 보고 후 손실을 복구하려 계속 포지션을 잡다가 손해 규모가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보통 증권사가 맡는 ETF LP는 포지션을 중립으로 놓고 수수료 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운용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보통 공격적인 포지션으로 인해 정상에서 벗어난 손실이 발생하면 해당 트레이더 혹은 해당 부서의 매매가 즉각 정지되는데, 이번 사건에선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부서 혹은 실무자가 손실을 은닉한 계좌가 추가로 발견될 수 있는만큼, 손실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신한투자증권 역시 공시를 통해 '손실 금액은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변동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베어링스 사태'를 상기시킨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1995년 영국 베어링스은행 싱가포르 지점에서 일본 닛케이 선물을 거래하다 '고베 대지진' 쇼크로 8억 파운드(약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낸 사건이다. 

      이는 당시 베어링스은행 자기자본의 두 배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이후 베어링스은행은 파산했고, ING가 단돈 1파운드에 인수했다. 당시 해당 트레이더는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별도 계좌로 숨기고, 손실액의 두 배를 새로 베팅하는 '더블링' 전략으로 수익을 내려다 이 같은 대형 사고를 냈다.

      신한투자증권은 내부통제시스템을 통해 이상 징후를 파악해 조치하고 금융당국에 바로 보고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레버리지를 다루는 파생부서에서 대규모 금융사고가 난만큼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관리 책임을 피해가긴 힘들 거란 전망이 적지 않다.

      김상태 대표의 책임 범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 연임 과정에서 2년 임기를 부여받아 올해 연말 계열사 임원 인사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천억원대 금융사고가 자신의 임기 중 발생했고, 내부통제 미비가 의심되고 있는만큼 일정부분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시각이 없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다행히 고객 피해는 없지만 결국 대규모 손실로 인해 지주에 손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경영진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본다"며 "연말 인사가 이르면 다음달 중 단행될 예정인만큼, 내부 조치는 빠르게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