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SK온 등 희망퇴직 진행…구조조정 관측도
SK이노·E&S 합병에 감원 불가피…'살생부' 예상
계열사 매각 '동분서주'에도…스페셜티 외 '딱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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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인사를 앞둔 SK그룹 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임원들 상당수가 짐을 싸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연말인사에선 임원평가도 크게 의미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어차피 '살생부'가 내려올 것이란 설이 파다해서다. 혹독한 연말인사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계열사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 실적이 무엇보다 중요할거란 목소리가 많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임원평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말인사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예년보다 인사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인사의 방점은 '구조조정'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임원 중 20~30% 정도가 감원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때는 임원 50% 감축 이야기마저 나왔다"라며 "그 정도 수준은 아니더라도 20~30% 수준의 감원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미 몇몇 계열사들은 희망퇴직을 예고했다. SK텔레콤은 직원 1인당 최대 3억원을 내걸고 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SK온은 사상 첫 희망퇴직과 무급 휴직을 실시한다. 희망퇴직으로 충분한 인원감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실시하면 이직할 곳이 있는 인원들이 몰리는 문제가 있다"라며 "이 때문에 경우에 따라선 구조조정도 수반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말인사에선 임원 인사평가도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승진인사도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사평가 의미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대규모 임원 감축이 예상되면서 그룹차원에서 '살생부'가 내려올 가능성이 높다.
이미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으로 중복된 업무를 맡고 있는 임원들은 감원이 불가피하다. 이뿐만 아니라 계열사 매각 등으로 줄어드는 인원도 상당수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SK그룹은 벌써부터 사실상 계열사 매각을 제외하고는 일에선 손을 뗐다는 말도 나온다. 대규모 감원이 주된 업무이고, 혹독한 연말인사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계열사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계열사 매각에 성과를 보인 최고재무책임자(CFO)나 포트폴리오 매니저(PM) 정도가 연말인사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다. 과거엔 투자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이 초고속 승진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작년부터 이어지는 사업조정 과정에서 이를 담당하는 임원에 자연스레 힘이 실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최근 SK그룹은 SK스페셜티 매각에 성공했는데 해당 거래를 이끈 주역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주회사 SK의 CFO인 이성형 사장이 눈에 띈다. 이 사장은 SK그룹의 리밸런싱을 주도하고 있으며, 스페셜티 매각도 직접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작년까진 PM 부문장까지 맡으면서 포트폴리오 조정 업무를 담당했다. 해당 업무를 확대 강화하면서 이 사장 산하에 신창호 부문장이 PM 부문을 맡고 있다.
더불어서 SKC에 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PM)부문을 이끌고 있는 김선혁 부문장도 주목받고 있다. 김 부문장은 올해 SKC의 파인세라믹스 사업부문 뿐 아니라 SK스페셜티 매각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그룹의 중책을 맡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과거 잘나갔던 투자담당 임원들의 입지는 좁아졌다는 설명이다. 이들로선 투자회수를 통해 성과를 보여줘야 하지만 이렇다할 투자성과가 나타난 사례는 드물다.
한 SK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SK스페셜티 매각을 제외하고는 팔릴 매물이 많지 않다"라며 "그런 점에서 임원들이 동분서주 하지만 실제 매각 성과 등을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은 많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SK 그룹측은 "임원 감축 관련 수치적으로 정해진 목표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