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證 1300억 손실 사태 배경은...'영업 부서'에 '트레이딩' 붙인 기형 구조
입력 2024.10.17 07:00
    신한證 ETF LP부, 과도한 한도에 야간 선물거래 논란
    홀세일그룹 산하 영업부서에 ETF LP 운용 배치
    영업부서 배치로 리스크 관리 허술해진 것으로 지적
    올 상반기 12억 보수 받은 임태훈 전무 책임론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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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한투자증권이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LP) 업무 과정에서 1300억원 규모 손실을 낸 것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담당 부서의 비정상적 운영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레이딩 성격의 ETF LP 업무를 영업부서인 홀세일그룹 산하에 배치하고, 트레이딩 부서에 준하는 수준의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은 것이 근본적인 문제로 지목된다. 영업 실적 중심의 조직 문화가 우선시되면서 리스크 관리보다 수익 창출에 치중했다는 해석이다. 담당 임원인 임태훈 본부장(전무)의 책임론도 언급된다.

      최근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8월부터 10월 10일까지 ETF LP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약 13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LP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로 과대 손실을 기록했으나, 해당 건을 '스왑 헷지'로 허위 보고한 후 지속적으로 매수 포지션을 잡다가 손해 규모가 불어난 상황이다. 

      문제의 핵심은 ETF LP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 과도한 리스크를 떠안는 거래를 지속해왔다는 점이란 게 복수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ETF LP 업무는 통상 오후 3시 45분에 거래가 마감돼 야간 선물 거래가 불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담당 부서는 야간 선물 거래를 지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이 계좌로 1만 계약(한화 약 8000억원 규모) 거래가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파생운용본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트레이딩 부서 총괄조차 이 정도 규모의 거래 한도를 받지 않는다"며 "주간 거래만으로 충분한 ETF LP 업무에 이런 규모의 야간 거래 한도를 준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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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한투자증권의 조직 구조도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ETF LP를 담당하는 '법인선물옵션부'가 통상적인 트레이딩(S&T) 부서가 아닌, 홀세일그룹 산하 국제영업본부에 속해 있었던 까닭이다.

      업계 1위인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해 KB증권, 하나증권, 삼성증권 등 주요 대형사들은 일반적으로 ETF LP 업무를 S&T그룹 등 트레이딩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트레이딩 부서에 맞는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추고,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거래 한도 역시 대부분 1000억원 안팎 수준으로 알려진다.

      홀세일관련 부서에서 LP 업무를 하고 있었던 것이 규정 위반은 아니다. 해외에서는 LP 등 '플로우 비즈니스'를 세일즈(영업) 부서에서 담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리스크 관리인데, 신한의 경우 영업부서에 LP 업무를 배치하곤 사실상의 PI(자기투자)를 허용하는 등 트레이딩 부서에 걸맞은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이 문제의 핵심으로 꼽힌다.

      신한투자증권이 외국계 투자은행 JP모건과의 스왑거래를 허위로 작성해 손실을 은폐할 수 있었던 점 역시 영업부서의 높은 자율성과 관련이 있다는 평이 많다. 

      이번 사태에서 신한투자증권의 결제부서(백오피스)가 JP모건 결제부서와 직접 거래를 확인하지 않고, 영업부(프론트)에서 제공한 텀 시트만으로 스왑 거래를 확인한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이 역시 일반적인 트레이딩 부서였다면 결제부서에서 상대방에 연락을 취해 실제 거래가 있었음을 확인하는 절차가 들어갔을 거란 지적이 적지 않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신한투자증권 내부의 '파워게임'이 이번 사태를 야기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임태훈 국제영업본부장, 유성열 홀세일그룹장 등 일부 영업부서 임원들의 내부 영향력이 ETF LP 업무의 비정상적 배치의 배경으로 꼽힌다는 것이다. 특히 임 전무의 경우 올 상반기 국제영업 및 법인선물옵션 관련 영업 성과를 인정받아 12억43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는 회사에서 4번째로 높은 액수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ETF LP 업무가 트레이딩 부서가 아닌 영업 부서에 배치된 것은 이례적이고, 이는 담당 임원의 강력한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원래 파생운용 업무는 전문운용부서에서 엄격한 관리와 한도 적용을 받으며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ETF LP 부서에 대규모 야간 선물 거래가 가능한 계좌가 있는 것이나, 위조된 텀 시트가 백오피스에서 체크가 안된 부분 등을 고려하면 담당 임원이 해당 사태를 10월까지 몰랐다고 생각하기 어렵다"며 "임 전무 등이 이번 사태를 언제 알았는지, 지시를 했는지 여부가 금감원 조사의 주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신한투자증권은 금융 당국의 기관경고 등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내부통제가 미흡했던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까닭이다. 회사 측은 해당 부서의 부서장과 팀장을 대기발령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투자증권 측은 "타사도 관련 부서가 홀세일그룹 및 기관영업본부에 배치된 경우가 있다"며 "현재 진상조사가 진행 중이라 자세한 설명이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