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發' 금감원 전수조사 영향 일파만파…증권가 ETF LP 부서 '촉각'
입력 2024.10.18 07:00
    금감원, 26개 증권사 대상 ETF LP 업무 전수조사 착수
    파생상품 거래내역 보고 시스템 개선 필요성 제기
    영업부서 산하 ETF LP 운영 증권사들 긴장감 고조돼
    계약 한도 축소 등 당국 조치 직전 선제 대응 나서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한투자증권의 1300억원 규모 ETF 유동성공급(LP) 관련 손실 사태를 계기로 금융 당국이 국내 증권사 전수조사에 나섰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긴급 회의를 소집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특히 신한투자증권과 유사하게 영업부서에서 ETF LP 업무를 운영하던 일부 증권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신한투자증권에 직원을 파견해 현장 검사를 진행하는 한편, 국내 26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자체 검사를 진행하라는 공문을 송부했다. 이에 따라 각 증권사들은 ETF LP 업무 운영 실태와 내부통제 시스템 점검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수조사는 단순히 ETF LP 업무에 국한되지 않고, 증권사들의 전반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와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금감원이 증권사와 더불어 주요 자산운용사의 파생상품 거래까지 광범위하게 살펴보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증권가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파생상품 계약 시 거래내역을 보고하는 현행 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사가 파생상품을 계약할 경우 거래내역(텀싯)을 거래소 시스템에 상호 전송해야 하지만, 외국계 금융사의 경우 이러한 의무가 면제된다. 이번 사안에서 신한투자증권이 JP모건과의 거래를 허위로 작성해 보고한 것도, 현행 시스템의 허점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은 이번 조사를 통해 증권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제도 개선으로 이어갈 방침이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는 향후 규제 강화 가능성에 대비해 자체적인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서는 한편, 당국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당국 조치에 따라 증권업계 전반의 ETF LP 업무 운영 방식과 리스크 관리 체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영업부서인 홀세일그룹 산하 국제영업본부에 LP 업무를 배치하고선 사실상의 PI(자기 투자)를 허용하며 문제를 키웠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사실상의 PI부서인 만큼, 트레이딩 부서에 걸맞은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한투자증권처럼 영업 성향이 강한 부서에서 ETF LP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증권사들의 경우, 조직 개편이나 업무 프로세스 변경 등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이번 전수조사의 주요 대상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홀세일사업부 산하 패시브솔루션본부, KB증권은 세일즈부문의 패시브영업본부에서 LP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김성환 사장 직속 에쿼티파생본부 산하에 패시브영업부를 두고 있다. 

      이들은 모두 법인영업 총괄이 이를 담당하는 임원이라는 점에서 신한투자증권과 유사한 구조로 평가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모두 ETF LP 업무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재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은 "파생 운용 없이 헷징만 수행하며, 야간 선물 거래 등이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완전히 차단해 놓았다"고 설명했다. KB증권도 "세일즈와 트레이딩이 조직상으로 완전히 구분돼 신한과 같은 상황은 발생하기 어렵고,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풀옵션 매도는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하나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은 트레이딩부문에서 ETF LP 관련 조직을 관리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리스크 관리가 엄격한 편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트레이딩부서 관례에 따라 3단계의 결재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 사태를 계기로 증권사들은 ETF LP 업무의 리스크 관리 강화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15일 ETF LP와 관련된 파생상품 옵션 매도 보유한도를 기존 1만계약(한화 약 8000억원 규모)에서 600계약까지 줄였다. 

      한국투자증권 등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한도 축소 등 유사한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도 프랍(자기자본) 데스크에서 리스크 대비책 마련을 위한 긴급 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ETF LP 업무가 원래 수익성이 낮아 추가 수익을 위해 선물 트레이딩을 하는 곳이 많은데, 최근 몇 년동안 이런 방식으로 수익을 많이 내 묵인해왔던 일들이 많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ETF LP 업무뿐만 아니라 증권사의 전반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가 재점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