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은 설계사 조직 변화 선도
삼성생명·화재 영업 전략 차별화 눈에 안 띄어
관리형 CEO들이 조직 이끌면서
계열사끼리 경쟁하고 변화보단 안정 추구
삼성전자와 같이 인적쇄신 필요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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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화재의 업종 내 '지배력'이 약화하고 브랜드파워가 전 같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관리형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회의론이 득세하고 있다. 특히 영업력 약화에 대한 안팎의 위기감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부진과 맞물려 관리 중심의 문화에 대한 쇄신 필요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올해 삼성생명과 화재는 바뀐 CEO의 첫 연간 성적표를 받게 된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사장인 홍원학 사장을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사장으로 내정했다. 전임인 전영묵 사장이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도 수장 교체를 단행했다. 삼성화재는 삼성생명 전략영업본부장이던 이문화 사장을 지난해 연말 사장으로 내정했다. 삼성화재 사장이 삼성생명을 삼성생명 본부장이 삼성화재를 이끄는 모양새가 됐다.
임기 첫해 두 회사는 표면적으론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올해 상반기 각각 1조3685억원, 1조3124억원 당기순이익(지배주주 연결 기준)을 기록했다.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하곤 있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우선 보험사 실적에 대한 착시효과가 거론된다. 양사 모두 사상최대 순이익을 기록하곤 있지만, 회계제도 변경에 따른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 IFRS17 회계 변경이후에 비단 이 두 보험사뿐 아니라 경쟁 보험사 실적도 크게 개선되면서 보험업 전체가 ‘실적 부풀리기’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최근 이슈는 실적보다는 건전성 중심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경쟁환경을 놓고 보면 과거와 같은 만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손보업계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순익 기준으로 메리츠화재의 약진이 돋보인다. 작년말 기준으로 메리츠화재는 손보사 순익 2위에 올랐다. 5위권 손보사였던 메리츠화재는 단숨에 2위권으로 순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메리츠화재의 성장은 영업력을 기반으로 했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이 ‘아메바 경영’과 ‘설계사 왕국’ 가치를 강조하면서 영업력 강화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다 특유의 성과주의 문화를 통해서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메리츠화재는 삼성화재 자리를 넘겠다는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가 설계사 조직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영업력을 증대해 온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라며 ”신상품 출시에서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생보업계에선 한화생명이 영업력을 발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GA(법인보험대리점) 중심의 영업전략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속판매조직을 외주화해 자회사형 GA로 운영하고 있다. 해당 전략에 대해서 당초에는 업계의 반발이 심했지만, 최근엔 오히려 해당 전략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당초에는 전속설계사 조직을 자회사형 GA로 전환할 경우 영업력 약화우려가 있었다”라며 “하지만 한화생명이 보험상품을 GA에 적합하게 만들면서 오히려 자회사형 GA뿐 아니라 GA 전체적으로 한화생명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갔다”라고 말했다.
삼성생명도 변화를 시도한다. 전속 통합 GA들이 하나로 뭉쳐 ‘삼성금융파트너스’를 내년 1월 출범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영업에서 변화는 한화생명보다 한발짝 느리단 평가다.
한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전속 설계사 조직을 중심으로 GA 자회사를 중심으로 설계사 조직을 운영한다”라며 “삼성생명 상품을 전속으로 파는 GA들이 자발적으로 뭉쳐서 삼성금융파트너스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삼성생명 산하 조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선 이전보다 ‘삼성’ 브랜드의 프리미엄이 줄고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삼성 브랜드로 경쟁사 대비 높은 보험료에도 가입자를 늘릴 수 있었지만 이런 프리미엄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삼성생명과 화재가 경쟁하는 구도가 되면서 ‘제살 깎아먹기’ 경쟁도 연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 브랜드로 더 높은 보험료로 경쟁사 동일 상품을 팔던 시대가 더 이상 아니다”라며 “삼성 보험사도 박리다매에 나서는 상황이다 보니 영업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홍원학 사장이 삼성생명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이런 모습이 더욱 연출되고 있다. 생보와 손보의 차이가 없는 건강보험에서 두 회사고 같은날 유사상품을 내놓는 등 경쟁하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내부전투’에 오히려 사활을 걸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CEO 입장에선 외부 경쟁보다는 삼성금융사 내부 경쟁에서 살아남는게 더욱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생명의 홍 사장은 인사전문가로 불리운다. 삼성생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삼성전자에서 경영전략팀 상무를 지냈으며 삼성생명에서 인사팀장 전무, 특화영업본부장 전무, 삼성생명 부사장을 거쳐 삼성화재와 삼성생명 사장을 맡고 있다. 그룹에서도 인사 관련 업무를 한 ‘인사통’으로 불리운다.
삼성화재의 이 사장은 ‘재무통’으로 통한다. 경영지원파트장과 계리RM팀장, 경영지원팀장 등을 거쳐 삼성생명에선 전략영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재무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삼성보험사들은 그간 CEO로 인사, 재무 등 경영지원 전문가들이 맡아왔다.
둘다 영업본부장을 거치긴 했지만, 오랜기간 영업을 해 온 인사들은 아니란 점에서 영업을 선도하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삼성보험사 CEO들의 인사 또는 재무라인이 차지해 누가 오더라도 이력은 대동소이하다”라며 “하지만 최근 보험업계 환경은 크게 바뀌어서 영업력 싸움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금융사도 인적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