他기업처럼 대규모 사업조정 예상됐지만
팔릴 건 못 내놓고, 내놓을 건 시장이 외면
신중한 비상경영 체제…"아직 안 급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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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은 수년 째 지속된 고민을 올해도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주력 사업이 부진하고, 기존 투자 부담도 크다. 이에 다른 대기업처럼 자산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투자금을 마련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올해는 작년보다 '급처분' 우려가 줄고, 금리 인하도 시작됐다. 롯데가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자, 롯데와 '거래를 틀' 적기란 평가가 따랐다.
그러나 해가 저물어 갈수록 올해도 롯데그룹에서 대형 거래가 나오긴 어렵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정기인사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진이 적극적인 의사 결정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여전히 많은 자문사와 투자사가 롯데그룹을 찾아 제안을 하고 있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롯데칠성음료의 주류사업, 롯데케미칼의 해외 사업, 우리홈쇼핑, 롯데알미늄, 주요 회사의 비주력 사업부 등 숱한 자산들이 주목받았는데 매각 성과는 마땅치 않다. 최근엔 그룹의 중요 부동산 자산이나 롯데렌탈, 유니클로(에프알엘코리아) 등에도 시선이 모이는데 역시 성사를 기대하긴 어렵다.
좋은 것은 내놓지 않고,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시장이 외면할 것이란 연초의 시각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 팔 만한 것도, 팔 의지도 불투명한 롯데그룹…중요한 건 결국 버티기?) 그룹 전체를 뒤흔든 롯데건설발 위기는 일단 사그라들었고, 석유화학과 유통 부문의 고민도 현재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M&A 자문사 관계자는 "연초부터 롯데그룹 일을 맡기 위해 여러차례 찾아가고 관련 프로젝트도 진행했지만 실제로 진행된 것은 없다"며 "경영진의 사업조정 의지가 별로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외국계 IB 임원 역시 "올해는 롯데그룹에서 대형 거래가 나올 것으로 봤고 롯데렌탈 등도 잠재 매물로 꾸준히 거론되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며 "롯데그룹은 자금 사정이 급박하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기업을 사는 데 조심스럽지만, 파는 데는 더 보수적이다. 한 가족이 된 기업을 웬만해선 내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지만 과감한 선택이 필요할 때 의사 결정이 늦어진다는 시선도 받는다. 이런 모습이 이어지면 혹시나 올지 모를 다음 위기엔 시장의 도움을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롯데그룹은 두 달여 전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했다. 겉으로 드러난 변화는 부진한 계열사가 희망퇴직을 고민하고, 임차료 부담에 롯데월드타워를 떠나는 정도다. 경영진이 가장 먼저 꺼내들 수 있는 카드지만, 그룹이 확실한 방향성을 잡았다거나 근본적인 고민을 해결할 결단을 내리고 있다고 보기엔 어렵다.
한 M&A 자문사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고민하는 사업조정은 실효성이 없거나 제 값을 받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확실한 방향성을 정해 밀어붙이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측은 "외부의 제안이 많이 들어오지만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살피고 있다"며 "자금 사정도 외부의 우려보다는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