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은 경영진 교체·컨트롤타워 복원까지로 확대
미전실·TF 출신 인사 거취도 주목…검증된 '유일한' 인재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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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연말 인사를 앞두고 중압감에 휩싸인 가운데 과거 미래전략실과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출신 인사들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시장의 관심이 단순한 임원 감축을 넘어 경영진 교체 여부까지 확산되고 있어서다.
18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연말 인사 시점을 앞당길 거란 관측이 늘고 있다. 지난 5월 교체 발탁된 전영현 반도체(DS) 부문장이 전면에 나서 조직개편·경영진단 등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실적과 주가 부진 문제로 사과문까지 작성하며 쇄신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내부에선 예년보다 빨리 인사를 진행하되 임원 수부터 대폭 줄일 거란 분위기가 전해진다.
시장 관심사는 삼성전자의 인적 쇄신이 어디까지 이뤄지느냐다. 경쟁사 대비 많은 임원 수를 줄이는 등 단순히 비대한 몸집을 축소하는 식의 처방만으로는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탓이다. 기존 경영진 교체나 컨트롤타워 신설 등 형태로 대대적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시장 한 관계자는 "지난 5월 경계현 사장 경질과 전 부회장의 복귀도 회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이뤄졌는데 당시 이재용 회장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파악된다"라며 "그럼에도 안팎의 부정적 시각이 워낙 거세지고 있어서 연말 인사 역시 파격이 있을 거란 전망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히 과거 미전실이나 사업지원 TF 출신 인사들의 행보도 주목을 받는다. 기존 경영진을 대체할 만한 중량급 인사를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즉각적인 역할 수행을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인재풀로 통하는 까닭이다.
실제로 최윤호 삼성SDI 사장의 경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삼성전자로의 복귀 가능성이 오르내린다. 최 사장은 미전실 전략1팀 담당임원을 시작으로 사업지원 TF 담당임원을 거쳐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했다. 과거부터 박학규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과 함께 '포스트 정현호'로 꼽힌 전략재무라인 중추로 통해왔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엔 복귀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여전히 본인 의지가 상당해서 채비를 갖추는 것으로 전해진다"라며 "배터리 산업 부침이 심각한 때 삼성SDI의 양호한 사정이 돋보이고 있는 데다, 지난 8월 미국 GM과의 배터리 합작법인(JV) 본계약 체결 등 성과 역시 복귀를 위한 밑그림으로 받아들여지는 편"이라고 전했다.
전 부회장이 새 DS부문장으로 위촉된 날 삼성전자로 복귀한 김용관 전 삼성메디슨 부사장도 함께 회자 중이다. 김 부사장 역시 해체된 미전실 전략1팀 출신이다. 전 부회장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김 부사장도 연말 인사를 통해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슷한 시기 안중현 전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도 2년 만에 삼성전자 경영지원실로 재합류한 바 있다. 안 사장은 소니와의 합작사 설립을 시작으로 오랜 기간 M&A 실무를 담당했던 키맨 출신이다.
M&A 시장 한 관계자는 "내년 3월 사내이사 4명 중 3명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지근거리에 미전실, TF 출신 인사들이 속속 복귀하는 모양새"라며 "대안이 마땅치 않아 경영진 교체까지 나아가기 힘들다는 시각도 많지만 결국 검증된 엘리트들은 미전실이나 TF 출신들일 수밖에 없어 주목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말 인사는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삼성전자의 미래 방향성을 가늠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안팎에서 변화와 혁신에 대한 요구가 거세긴 하나 당장의 위기에 대응하려면 기존 검증된 인재를 활용해야 한다는 명분 역시 갖춰지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