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합병법인 출범 전 고객사 보상금 확보했지만…내년 걱정은 여전
입력 2024.10.22 07:00
    SK온, 고객사에서 수천억원 규모 계약 보상금 확보
    1조 유상증자·채무상환 포함해 재무 개선에 속도
    11월엔 첫 흡수합병도…그러나 직후 美 대선 결과
    내년부턴 상장 밑그림 그려야…걱정은 아직 지속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온의 리밸런싱(사업조정) 작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고객사로부터 수천억원 규모 보상금이 유입될 예정이다. 최근 유상증자로 확보한 1조원 재원까지 포함해 재무부담을 차츰 줄여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곧 있을 미국 대선과 이로 인한 내년 전기차 시장 불확실성 문제로 여전히 내부적으론 불안한 분위기가 전해진다. 

      2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최근 고객사로부터 수천억원 규모 보상금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고객사가 배터리 공급 계약 당시와 달라진 업황에 따라 SK온에 지급하는 돈이다. 증권가에선 해당 보상금이 SK온 3분기 실적에 일회성 수익으로 반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계열 간 합병부터 추가 조달까지 SK온의 리밸런싱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모처럼 숨통을 트게 됐다는 평이다. 전방 전기차 시장 침체로 완성차 업체 사정도 녹록지 않다 보니 고객사 전반이 보상금 문제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SK온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연초부터 완성차 업체와 최소물량 미달에 따른 보상금 협의를 벌여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셀 공급사 입장에서 고객사에 보상금을 요구하는 작업 자체가 상당히 껄끄럽다 보니 받기 어려운 돈으로 통해왔다"라며 "일회성이라 해도 고정비, 이자비용 부담이 막중한 때 다소 숨통을 틀 수 있게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달 실시한 추가 유상증자까지 포함하면 연말까진 재무 부담을 계속해서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온은 지난 2일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으로 금융권 대상 유상증자를 추진해 1조원을 확보했다. 해당 자금이 전액 채무상환에 쓰이는 만큼 172% 수준의 부채비율은 150% 선으로 낮아지게 된다. 부채를 줄이는 만큼 이자 부담을 낮출 수 있을 전망이다. SK온은 상반기 기준 총차입금이 20조원을 넘어서며 반년 이자비용으로만 4600억원을 지출해야 했다.  

      내달 1일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흡수합병 작업도 마무리된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모회사 SK이노베이션 아래에서 원유 수입 및 석유 제품 수출을 담당하던 계열사다.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48조9629억원, 영업이익은 5746억원 수준이다. SK온과 합병을 마치면 배터리 사업으로 취약해진 재무구조 안정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배터리 사업에 대한 고심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하반기 중 보상금 유입으로 깜짝 흑자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나, 본업 자체가 회복세로 돌아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가동률은 50% 초반으로 추락했고, 이 때문에 매 분기 고정비 부담으로 수천억원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연말까진 본업 부진이 계속될 예정이다. 

      합병 직후인 11월 5일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중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완성차 업체의 내년도 전기차 전략과 SK온 배터리 사업의 셈법이 달라질 전망이다. 현지 친환경차 생산 보조금이나 공급망 관리, 대중국 외교 등 정책이 배터리·전기차 산업의 핵심 변수인 까닭이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기업공개(IPO)를 위한 밑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SK온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28조원의 몸값이 책정됐다. 내년 2월 예정된 SK엔텀과의 추가 합병 작업과 기존 재무적투자자(FI)에 약속한 보장수익률 등을 감안하면 상장 시점 50조원 이상의 몸값을 노려야 하는 셈이다. 현재 추진 중인 배터리 소재·제형 다각화 등 추가 경쟁력 확보 작업의 가시적 성과가 필수적이란 평이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어차피 배터리 사업 수익성은 5% 안팎, 한 자릿수로 굳어지고 있다. 상장에 필요한 물리적 시간을 감안하면 내년부터 그만한 숫자를 만들어놔야 하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얼마간 리밸런싱을 이룬 시점임에도 내부적으로는 불안한 분위기가 짙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