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 끝난 PEF 대형 출자사업…운용사들 막바지 펀드레이징 한창
입력 2024.10.24 07:00
    노란우산, 수출입銀, 군인공제회 등 대규모 출자 대기
    점차 늘어나는 크레딧 출자…내년엔 더 확대할 듯
    PEF 쏠림 현상, 세컨더리 증가에 고민 깊어진 LP들
    새로운 GP 찾는 움직임에, 운용사들 정체성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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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기관투자가들의 사모펀드(PEF) 출자사업이 수년 간의 빙하기를 거쳐 올해부턴 예년의 수준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물론 연기금·공제회 등 정책금융의 성격을 띄는 기관들과 달리 민간 금융기관들의 출자 기조가 여전히 보수적이기 때문에 PEF 운용사들의 자금모집(펀드레이징)은 녹록지 않은 상황임이 분명해 보인다. 올 여름엔 대부분의 운용사 인력들이 휴가를 반납하며 펀드레이징에 집중하는 모습이 나타났는데 연말까지도 계속되는 대형 출자사업에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출자사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중소기업중앙회이다. 총 4700억원 규모의 출자사업을 진행 중이고 이중 PEF부문에 3700억원을 출자한다. 국민연금을 제외한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사업과 비교해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현재는 숏리스트를 확정한 상태로 실사와 프리젠테이션을 거쳐 최종 위탁운용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수출입은행(2000억원)은 숏리스트를 선정하고 최종 선정을 위한 마지막 단계만이 남았다. 군인공제회는 올해 마지막으로 위탁운용사를 선정하는 기관이 될 전망이다. 이달 초 총 3900억원(PEF 2700억원, VC 1200억원) 규모의 출자사업을 공고했고 현재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올해 마지막까지 자금모집을 위한 운용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펀드레이징 시장에선 크레딧 부문이 성장이 눈에 띈다. 크레딧 분야는 PEF운용사들의 전통적인 바이아웃(경영권이 수반된 거래)과 달리 소수지분 투자를 비롯해 다양한 전략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기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선 크레딧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평가받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사실상 운용사들의 투자 방식에 대한 제약이 사라지면서 수년 전부터 대형사를 중심으로 크레딧펀드를 신설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운용사들의 이 같은 발빠른 움직임, 그리고 고위험 투자를 회피하는 LP들의 기조가 맞물리면서 크레딧 시장의 성장 속도는 점차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국민연금과 중소기업중앙회(노란우산공제회), 우정사업본부(예금), MG새마을금고, 산재보험기금 등이 해당 분야를 신설하거나 규모를 늘렸다. 내년에도 기관투자가들의 해당 분야 출자 확대 기조는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크레딧 분야에선 일찌감치 시장을 선점한 VIG파트너스(VAC), IMM크레딧앤솔루션(ICS), 글랜우드크레딧 등이 약진했고 큐리어스파트너스, 도미누스, 한투PE 역시 기관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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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은 사모펀드가 한국시장에 안착한 지 20년이 되는 해다. 어느덧 성숙기를 지났고, 수년 전부터는 대형사에 대한 자금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며 양극화에 대한 고민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안정적인 출자 기조를 고수한 기관들이 검증된 운용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 요인이 그 배경이기도 했다. 이에 맞춰 해외 펀드레이징이 여의치 않은 대형 운용사들이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충분한 인력과 탄탄한 레코드를 갖춘 대형사들이 국내 출자사업에서 대형 운용사들이 한 자리 씩 차지하며 비교적 업력이 짧은 운용사들이 설자리를 잃어가는 현상은 점차 심화했다.

      다만 최근 들어선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선 대형사에 수렴하는 출자사업에서 벗어나 색깔 있는 운용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PEF 저변 확대를 위한 원론적인 이야기를 차치하고, 자금의 원천은 같은데 운용사만 바뀌는 세컨더리 거래가 늘어 나고 있다는 데에 대한 LP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20년 동안 끈끈한 네트워크 다져온 GP와 LP 핵심 인력들의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LP들이 신선한 운용사를 찾아 나서는 배경으로 꼽히기도 한다.

      앞으론 안정성을 명분 삼아 관성에 의한 출자에 벗어나려는 기관들의 움직임이 많아 질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운용사들은 기관투가들과 네트워크를 새롭게 정립하고 좀 더 명확한 투자 전략을 각인시켜야 하는 고민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