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됐던 공모주 시장 정상화? 내년 LG CNSㆍDN솔루션즈 IPO 어떨까
입력 2024.10.24 07:00
    케이뱅크 상장 철회에 '대어 가뭄'이었던 하반기
    4분기 상장 예정 더본코리아와 오름테라퓨틱 주목도 높아
    내년 1분기엔 LG CNS·DN솔루션즈 등 빅딜 몰려
    개인 투자자 유동성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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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유독 대어(大魚) 가뭄이었던 올해 IPO(기업공개) 시장이 마무리에 접어들면서 LG CNS와 DN솔루션즈, 서울보증보험 등 내년 1분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후발주자들에게로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 IPO 흥행 가늠자라는 평가를 받던 케이뱅크가 수요예측에 참패하면서, 조 단위 몸값을 자랑하는 빅딜을 향한 시장의 평가 역시 한층 깐깐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증권가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까지 공모주 투자의 핵심 전략은 '초일가점'에 집중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공모 기업을 철저히 분석하는 것보다, 수요예측 첫날 주문을 넣어 최대한 많은 물량을 배정받은 후 상장 당일 매도하는 전략이 기관투자자들 사이에 대세로 자리잡은 것이다. 상장 전 수요예측이나 공모청약에서는 높은 경쟁률로 기대를 키웠으나 상장 후 주가는 급락하는 사례가 계속 늘어났다.

      상장 후 주가와는 별개로 대부분의 공모주들이 기관 청약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IPO 시장 분위기 가늠자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케이뱅크는 상장 시 5조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반기 IPO 시장 최대어로 꼽혔지만, 동시에 공모주 시장에서 비선호 섹터인 금융사인 데다 밸류가 다소 높게 책정됐다는 평가 때문이다. 

      증권사 IPO부서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수요예측에 성공했으면 IPO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뜻이니, 성공적으로 상장하는 게 더 문제였을 것"이라며 "업계에선 케이뱅크가 꺾이면(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하면) 이후 공모주 분위기도 가라앉지 않을까 얘기가 나와서 남은 4분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 마지막 '대어' 후보였던 케이뱅크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4분기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더본코리아'와 '오름테라퓨틱'에 시장의 관심이 모이는 분위기다. 

      더본코리아는 최대 840억원 공모 예정 금액에 공모가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이 4050억원으로 '중형급'이고 오름테라퓨틱 또한 코스닥 상장 예정이지만 올해 IPO 시장이 유난히 '대어 가뭄'을 겪으면서 주목도가 더 높아졌다는 평가다. 올해 코스피 신규 상장 종목은 HD현대마린솔루션, 에이피알, 시프트업, 산일전기, 전진건설로봇 등 총 다섯 곳으로 가장 규모가 큰 공모주였던 HD현대마린솔루션조차 공모 규모가 70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공모를 통해 최대 1080억원(300만 주)를 조달할 예정인 오름테라픽스는 밴드(3만~3만6000원) 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7714억 원에 이르는데, 기준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기업의 제약·바이오 IPO는 2022년 보로노이 이후 약 2년 반 만인 데다 최근 금리 인하 대표 수혜주로 꼽히는 제약·바이오인 만큼 흥행을 점치는 목소리가 많다. 

      지난 18일부터 오는 24일까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있는 더본코리아는 희망밴드 상단 이상에서 공모가가 확정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부분의 기관들이 희망밴드 상단 이상의 가격을 적어내면서다. 백종원 대표가 출연했던 '흑백요리사'가 흥행하면서 덩달아 더본코리아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프랜차이즈 업종이 성공적으로 상장한 사례가 드물지만 백종원 대표의 네임밸류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분석도 많다.

      '무주공산'이 돼버린 올해 하반기와는 달리, 내년 상반기에는 빅딜간의 자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예상 기업가치가 7조원에 달하는 LG CNS와 4~5조가 예상되는 DN솔루션즈는 내년 2월을 목표로 상장 준비 중이고, 예상 기업가치가 3조원대로 평가받는 서울보증보험 또한 3월을 목표로 상장 재도전에 나서면서다.

      시장에서는 탄탄한 재무 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 계열사인 DN솔루션즈와 LG CNS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LG CNS의 지난해 매출은 6053억원, 순이익 3324억원을 기록했고, DN솔루션즈의 지난해 매출 또한 1조7923억원, 순이익이 3204억원에 달한다. '파두 사태' 이후 기술특례기업에 대한 시장 불신이 만연해지고, 금융당국의 상장 심사 역시 깐깐해지면서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들에 대한 선호도가 특히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IPO 재수생'인 서울보증보험 또한 21일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면서, 이번에는 IPO를 완주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해 'IPO 최대어'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으나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이 희망 공모가 범위 하단보다 낮은 금액에 주문을 넣으면서 결국 상장 철회를 결정한 바 있다.

      내년 상장 가능성이 높은 비바리퍼블리카(토스)는 케이뱅크의 상장 철회로 인해 셈법이 다소 복잡해졌다는 분석이다. 금융 종목인 케이뱅크가 인터넷은행에 대한 기관들의 투심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잣대였는데 부진한 결과를 받아들면서다. 토스는 주관사 선정 이후 상장 준비를 '일시 중단'하고 상장 속도 조절에 나선 상황이다. 덩달아 같은 금융업으로 묶이는 서울보증보험의 IPO 재도전 성공 여부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토스 주관사들은 케이뱅크의 흥행 여부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케이뱅크가 상장을 다시 철회하면서 고민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며 "토스는 일단 상장 전 '몸'을 키우고 적절한 상장 시기를 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분기에 '빅딜'이 몰리면서 유동성과 주목도가 분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조원을 운용하는 공모주펀드는 수급 이슈가 적겠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유동성에 제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한정적인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 공모주펀드 운용역은 "공모주펀드의 경우 많아도 1~2% 정도의 물량을 받으니 대어가 몰린다고 유동성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적으나,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한정된 운용자금으로 투자를 하다보니 청약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