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PRS보다 낮은 금리 제시해 업계선 '파격적' 평가
대형證, 인니 LCI 지분 대상 7000억원 PRS 딜 수주전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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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증권이 롯데케미칼의 1조4000억원 규모 자금조달전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기존 대형 증권사들의 아성에 도전장을 냈다. 기존 주가수익스왑(PRS) 시장의 터줏대감이던 주요 대형 증권사들이 이에 맞서 잔여 거래 수주에 나서며 경쟁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리츠증권은 롯데케미칼과 미국 자회사 LCLA 지분 40%를 대상으로 한 6600억원 규모의 PRS 계약을 맺었다. 이번 딜은 롯데케미칼이 해외 자회사 지분을 활용해 총 1조4000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계획의 일환이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 외 나머지 7000억원은 인도네시아 자회사 LCI 지분을 대상으로 한 PRS 계약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다. 현재 KB·NH·한국투자증권 등 다수의 대형 증권사들이 인도네시아 자회사 지분 대상 PRS 계약을 맺기 위해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대형 증권사들은 이번 딜마저 메리츠증권에 내줄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선 메리츠증권이 다른 대형증권사를 제치고 롯데케미칼 PRS 계약을 단독으로 따낸 것을 놀라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통상 이러한 대형 PRS 계약은 전통적인 기업금융 강자들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당초 SK이노베이션과 SK온 주식을 대상으로 1조원 규모의 PRS 계약을 성사시킨 대형 증권사들이 이번 딜도 따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미국 자회사 대상으로 한 PRS 계약은 메리츠증권이 대형 증권사들을 제외하고 물밑에서 롯데케미칼과 단독으로 협상한 것으로 알려진다.
메리츠증권이 이번 딜을 따낸 배경에는 파격적인 조건 제시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은 롯데케미칼에 1조5000억원 규모의 PRS 계약을 제안하면서 연간 수수료율을 5% 초반대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는 SK온 PRS 수수료율보다 낮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업계선 금리가 메리츠증권이 제안한 금리가 SK온 PRS 계약금리보다 낮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AA/안정적)이 롯데케미칼(AA/부정적)보다 우량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낮다는 평가다. 석유화학 업황이 부진하고, SK이노베이션이 합병을 통해 재무구조가 더욱 개선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평소 고수익을 추구하는 메리츠증권의 행보와는 다소 다르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메리츠증권은 그동안 자금조달이 시급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고금리 대출을 실행해왔다. 때문에 메리츠증권과 롯데케미칼이 맺은 이번 PRS 계약이 통상적인 구조와는 다를 수 있다는 추정이 일각에서 제시되기도 한다.
메리츠증권이 기업금융 강화를 위해 수수료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기업금융 인력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기업금융 시장에서 증권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부동산 개발이 어려워지면서 부동산PF 인력이 감소하는 추세고,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기업금융 강화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